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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실리아 Nov 01. 2024

#304. 갑작스레 닥치는 일들 앞에서

#304. 갑작스레 닥치는 일들 앞에서   


      

 

섬에 사는 엄마는 아이의 놀이동산 방문을 위해

육지의 친정에 들렀다.

육지에 들른 엄마는 부모님의 악화된 건강을 목격하게 되었다.      


함께 있는 며칠 간 갑자기 안 좋아지시는 건강 악화를 보고

부모님의 딸로서 곁에서 계속 함께 하고 싶지만,

동시에 아이의 엄마로서 살고 있음에,

그 곁을 지켜드릴 수 없음에 마음이 무겁다.     


병원으로 향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을 바라보며,

비행기로 향해야 하는 엄마의 발걸음 또한 무겁기 그지없다.

병원에서의 일들이 얼마나 번거롭고, 무섭고, 두려운지 알기에

비행기로 향하는 엄마의 눈에는 눈물이 자꾸만 차오른다.

부모님을 모시고 가지 못함에, 함께 계셔드리지 못함에

집으로 향하는 엄마의 마음에는 슬픔이 자꾸만 차오른다.     


차오르는 눈물을 아이에게 들킬까 소매로 얼른 훔치며,

차오르는 슬픈 마음이 태도가 될까 호흡을 가다듬으며,

겨우 겨우 마음을 추슬러 본다.     


“괜찮아. 걱정하지 말고, 너무 신경 쓰지 마.”

전화기 너머 부모님의 말씀은

아프기 전이나, 아플 때나, 아프고 나서나 언제나 같다.      


“괜찮아. 걱정하지 말고, 너무 신경 쓰지 마.”

통화를 할 때면 나의 온 감각은 최고로 예민해진다.

전화기 너머 부모님의 말씀 속 보이지 않는

진짜 마음까지 헤아려야 하기에.

전화기 너머 부모님의 말씀 속에서

정말 괜찮음인지, 괜찮지 않은 괜찮음인지

신속, 정확하게 알아내야 하기에.      


갑작스레 닥치는 일들 앞에서,

부모님께서 보내오신 문자를 바라보며

부모님의 딸로서, 아이의 엄마로서,

어떻게 현명하게 살아가야 할지를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로서 ‘나’를 보살피며

어떻게 지혜롭게 살아가야 할지를 함께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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