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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실리아 Nov 01. 2024

#302. 특별대우와 차별대우

#302. 특별대우와 차별대우           


“나도 여기 앉을 거야. 나도 누나 옆에 앉을 거야.”     


자신을 위해 마련된 아이의자를 거부하고

조카는 사촌 누나 옆에 누나랑 똑같은 의자에 앉겠다며

자신의 의견을 주장한다.     


그런 조카의 모습을 바라보다, 그런 조카의 마음을 만났다.


아이를 위한 아이의자는

어른들 입장에서는 아이를 위해 마련한 특별대우이다.

그러나 아이의 의사를 무시한 아이의자는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어른들의 편의를 위한 차별대우가 아닐까,     

조카의 마음을 만난 내 마음에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내 마음에 들어온 그 조카의 마음을 외면할 수 없었기에,

조카를 아이의자에서 번쩍 들어 올려

누나 옆 같은 의자 위에 앉혀주었다.    

 

눈물이 그렁그렁 차오르던

눈망울과 금방 울음이 터질 것 같던 얼굴은

누나 옆자리, 같은 의자에 앉자마자 어느새 환히 빛나며

맑고 기쁜 눈망울만큼 이나 환한 웃음이 온 얼굴에 번져갔다.

그리고 누나만큼이나 의젓하게,

어른들 못지않은 식사매너를 보여주며 식사를 잘 마쳤다.      


지난 번 만났을 때보다

어느새 훌쩍 자란 조카 녀석이 돌아가고,

조카가 거부했던 아이의자를 정리하며

잠시 생각에 잠겨본다.     


어른들 입장에서 아이에게 베푸는 특별대우가

어쩌면 아이들 입장에서는 차별대우로 느껴질 수 있음을.

아이들이 바라는 것은 어쩌면 특별대우가 아닌,

그저 언니, 오빠, 어른들과 똑같이 하고픈 아이들의 마음을

차별대우 하지 않는 것 아닐까.      


베푸는 선의는

내 입장이 아닌,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함을,

아이를 향한 선의 또한

어른의 입장이 아닌,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함을,

내 입장만, 어른의 입장만 생각하는 일방적인 특별대우는

어쩌면 상대에게, 아이들에게

차별대우로 느껴질 수 있음을 명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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