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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크 Jun 05. 2024

뤽 베송 (2)

29. Nikita

누벨이마주의 한 명으로 주목받았던 뤽 베송은 1988년 < 그랑 블루 > 개봉 이후 자신의 야망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작품을 하나 만들기 시작해 1990년에 개봉한다. 그 영화가 바로 < 니키타 (Nikita) >이다.

이 영화는 헐리웃 B급 영화가 사랑했던 장르 중 하나인 킬러 액션 장르에 섹시한 여성 한 명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후  그의 아버지이자 연인 같은 역할을 하는 조연과 실제 사랑하는 약혼자 배역을 내세워 대박 흥행과 더불어 평단의 꽤 높은 평가도 받았다.


< 니키타 >를 처음 극장에서 봤을 때 느낌은 스토리는 헐리웃 B급 영화 매니아들이라면 식상하지만, 여성이 그 주체이다 보니 모든 장면들이 신선하게 다가왔다는 것이다.

프랑스 영화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 죠스 >라는 블럭버스터 아닌 블럭버스터를 만들면서 헐리웃 영화들의 침공에 시달리고 있던 때였다. 만약 누벨바그의 시대였다면 감독들이 그런 블럭버스터에 대해 어떻게 대처했을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상업성만을 목표로 만드는 영화들에 대해 그렇게 달갑게 여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뤽 베송은 달랐다.

그는 < 니키타 >부터 철저하게 자신의 상업적인 목표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그래서 그가 가진 프랑스 영화의 기술보다는 헐리웃에 가기 위한 액션 아이디어가 필요했고, 그게 < 니키타 > 였다.


< 니키타 > 이전에 조직에 납치되어 킬러로 자라나는 이야기는 꽤 있었다. 하지만 내가 알기로 불량한 양아치 소녀가 종신형급의 경찰관 살인을 저지르고 조직에 들어가 킬러가 되는 이야기는 이 영화가 거의 처음이었다고 본다.

이 영화의 흥행으로 뤽 베송은 그렇게 꿈에 그리던 헐리웃으로 가 영화를 찍게 되는데 그 영화가 < 레옹 >이다.

< 니키타 >는 여러 나라에서 흥행하면서 많은 서브컬처에 영향을 끼친다. 특히,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미소녀 킬러의 등장은 전적으로 이 영화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자체로도 여러 번 리메이크될 정도로 헐리웃에서도 각광을 받았다. < 니나(Point of No Return) >라는 영화나 아니면 매기 큐가 나오는 드라마 시리즈로 리메이크되기도 했고, 이후에 < 콜롬비아나 > 나 자신이 직접 연출한 < 안나 > 그리고 최근의 < 한나 >까지 이 영화의 영향아래 있다고 봐도 좋을 정도이다. 한국 영화인 < 악녀 >도 이 영화의 범주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이 영화의 가장 인상 깊은 장면들은 모두 니키타가 임무를 수행할 때의 액션장면들이고, 그 장면들은 항상 멋있는 총기들이 함께 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는 아니었고, 지금처럼 쉽게 총기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때가 아니었다. 그래서, 여기에 여주인공이 가지고 나온 총기들은 두고두고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첫 임무인 줄 모르고 레스토랑에서 자신의 멘토인 밥과 함께 식사를 하기 위해 들떠있다가 총기를 잡는 장면은 그녀의 손에 들려주는 데저트 이글과 함께 가장 유명한 신이 된다.

데저트 이글은 미국의 매그넘사가 설계하고 이스라엘의 IMI사가 생산한 권총이다. 그리고, 소형총기인 권총 중에서 대구경에 속하는 매그넘 탄환을 리벌버 형식이 아닌 자동 권총 형식으로 발사하도록 만들어진 총이라 무게나 사이즈, 그리고 총격 후의 반동이 여성에게는 어울리는 총이 아니다. 하지만 뤽 베송은 일부러 처음부터 이런 무기를 여성 주인공에게 쥐어주며 이 여성이 킬러로서 얼마나 잘 훈련되었는 지를 보여주는데, 이 장면이 여주인공의 연기와 더불어 이 영화의 가장 멋있는 액션 장면이 된다. 더군다나 가녀린 팔로 검은 미니스커트 드레스를 입은 소녀가 데저트 이글을 들고 있는 포스터는 많은 남성 관객들에게 섹시함까지 불러일으킨다. 뤽 베송은 < 니키타 >가 흥행해야 할 포인트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짚어나가는 연출을 통해 여성 킬러가 가진 모든 매력을 담아냈던 것이다.


두 번째 임무인 신혼여행에서는 저격총이 나온다. 이 장면은 한국 영화인 < 악녀 >에서도 차용된다.  

약혼자와 여행을 갔다가 저격 임무를 맡게 된 니키타가 슈타이어 AUG 불펍 (Bullpub) 소총을 조립하며 배에 올라타는 여인을 사살한다. 그리고, 그 와중에 약혼자와 전화로 대화를 나누며 무전기로는 밥과 임무 교신을 한다.

이 장면에서 뤽 베송은 기가 막힌 연출을 하는데, 이후로 많은 영화나 애니메이션들이 이 저격신을 따라 할 정도이다.

무엇보다 1977년에 개발된 슈타이어 AUG 같은 불펍 소총은 드라시니코프 같은 저격용 소총이 아니다. 백병전에서 활용도가 낮은 그냥 다목적 소총이다. 하지만 방아쇠 뒤쪽에 모든 발사장치가 되어 있기에 방아쇠 앞쪽에 발사장치가 있는 소총들을 헐리웃 영화에서 자주 봐왔던 관객들은 그 디자인에 감탄을 하게 된다.

지금이야 많은 인터넷 동영상으로도 불펍 소총을 볼 수 있지만 그때만 해도 불펍 소총의 디자인은 생소했고, 이는 니키타라는 여성 킬러에 대한 생소함과 너무나 잘 어울렸다.

특히나 소총을 조립하며 대화를 나누는 그 장면은 니키타의 고뇌에 찬 표정과 더불어 가장 멋들어진 장면이 된다.


세 번째 마지막 대사관 임무에서 니키타가 사용하는 무기는 베레타93R 이었다. 이 권총은 기관단총처럼 연사가 되지는 않지만 한 번에 세 발의 총알을 발사할 수 있는 기관권총형이다. 그래서 탄창도 긴데 군대에서 총을 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듯이 3 점사는 한 발씩 쏘는 것보다 명중률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아주 기가 막히게 한 손으로 쏘면서도 목표물을 다 처치한다. 이건 물론 영화적 연출이다. 그만큼 니키타가 철저한 킬러로서 키워졌다는 세계관을 깔고 가는 것이다.


이렇게 영화 이야기를 하면서 장면마다 나온 무기 이야기를 꺼낸 것은 다름 아닌 뤽 베송 감독의 연출이 어디 지점을 목표로 하고 있는 지를 말하기 위해서다. 이 영화는 프랑스 영화지만 뤽 베송 감독은 이미 이 영화부터 헐리웃 공략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 마지막 전투 >< 그랑 블루 >에서 보여주었던 누벨이마주의 아름다운 색상은 더 이상 이 영화부터 철저하게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부분보다는 킬러로 키워진 여성이 가질 수 있는 무기에 더 강조점을 두며 그 무기를 든 여성 킬러가 어떻게 보여야 화려한 액션을 도모할 수 있는지에 더 집중을 한다.

이런 방식은 헐리웃 상업 영화에서 사용하는 연출 방식이다. 철저한 재미 추구와 흥행에 대한 욕구 말이다.


물론 이 영화가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장르 영화에서 여성 킬러에 대한 새로운 클리세를 창조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도 뤽 베송의 창의적인 연출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더군다나 흥행을 쫓는다고 해서 나쁜 감독도 아니고, 오히려 토니 스콧처럼 액션스릴러 같은 한 장르에서 엄청난 장인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다음 영화가 < 니키타 >의 클리너역할로 나온 빅터(장 르노) 캐릭터를 확장한 < 레옹 >이니, 뤽 베송 감독은 어쩌면 킬러액션 장르의 장인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딱 < 레옹 >까지였다.

그래서, 뤽 베송은 흥행 제작자나 감독은 될 수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그 재능이 장르의 장인으로까지는 발전할 수가 없었다. 마치 홍콩의 서극 감독처럼 말이다.


이후에 뤽 베송 감독은 < 제 5 원소 >, < 루시 > 나 < 발레리안 : 천 개 행성의 도시 > 등 SF 연출을 시도해 보지만 흥행이나 비평면에서나 좋지 않게 된다. 오히려 본인의 특기를 살려 킬러액션 장르와 비슷한 여러 액션물들인 < 트랜스포터 > 시리즈나 < 테이큰 > 시리즈의 제작자를 하며 더 흥행을 하게 된다. 

그래서 < 니키타 >가 그의 연출작 중 가장 훌륭한 작품이자 가장 의미 있는 작품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일단 지금 봐도 재미있는 영화이고, 탄탄한 로맨스와 액션의 조화는 새삼 이 영화가 왜 흥행을 할 수밖에 없는 지를 알게 해 준다. 게다가 이후에 이 영화의 영향을 받지 않은 여성 킬러 영화는 없었다.

한번 보시길 바란다. 21세기의 전자 드론이나 기가 막힌 레이저 스코프 등을 사용하지 않는 20세기의 여성 킬러가 얼마나 멋있는지 알게 되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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