뤽 베송 (3)
30. Leon : The Professional
< 레옹 (Leon : The Professional) >은 뤽 베송 감독을 성공적으로 헐리웃에 데뷔시킨다. 이 영화로 레옹역의 '장 르노' 나 마틸다역의 '나탈리 포트먼'은 세계적인 스타가 되고, 노먼역의 '게리 올드만'은 그 연기력을 관객들에게 깊게 각인시킨다.
이 영화는 미국에서 그렇게 큰 흥행을 가지지 못했지만 자국인 프랑스와 특히 아시아 전역에서 레옹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사실 서양 사회에서 이 영화가 흥행을 못한 이유는 마틸다 캐릭터에 있었다. 이 영화가 나온 해가 1994년이었는데, 그때에 서양 사회는 스승과 어린 제자의 불륜이라든가 아니면 아동 포르노 등 도덕적 문제들이 들고일어나던 시기였다. 그런 시기에 만 12세의 불량소녀가 아버지뻘 나이인 이상한(?) 성격의 킬러와 같은 집에 산다는 것이 좋게 보일리 만무했다.
게다가 극장 개봉판이 아닌 디렉터스컷에서는 마틸다가 레옹을 향해 러시안룰렛을 시전 한다든가, 아니면 내 첫 경험이 당신이었으면 좋겠다는 대사를 날리고, 게다가 같은 침대에서 함께 자는 모습(옷을 입은 채 그냥 평온하게 자는 씬이다)까지 나오니 좋게 볼리가 없었다.
< 레옹 >이란 작품을 보면 뤽 베송 감독이 헐리웃에 진출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연구를 했는지 알 수가 있다. 무엇보다 헐리웃 영화들은 < 죠스 >와 < 스타워즈 >가 나온 이후로 스토리보다는 캐릭터와 상황에 집중하던 시기였다. 그래서 재난 영화나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 쥬라기 공원 같은 모험물 등이 많이 나오던 시대였다.
여기서 뤽 베송 감독은 캐릭터에 집중한다. 그리고, 킬러 영화 사상 가장 멋들어진 '레옹'과 가장 당찬 소녀이자 지금도 그 패션이나 헤어스타일이 멋있는 '마틸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최고의 빌런 중 하나인 '노먼' 캐릭터를 직조하게 된다.
< 니키타 >가 여성 킬러와 무기의 멋들어진 조합이었다면, < 레옹 >은 그야말로 캐릭터들의 앙상블이었다.
레옹이라는 킬러 캐릭터를 보자. 이 킬러는 킬러 영화의 클리세인 펍에서 위스키 마시기를 거부한다. 그가 원하는 것은 화분에 물 주기와 우유 마시기다. 혼자서 수십 명이 지키고 있는 빌딩으로 들어가 타겟에게 공포를 심어주고 나올 수 있는 무서운 실력자이지만, 소파에 앉아서 선 잠을 자며 자신을 보호하려는 소심함(?)도 있다. 게다가 머리에 쓴 비니와 동그란 검은색 선글라스, 그리고 롱코트는 그야말로 그의 트렌드가 되어 레옹을 흉내 내는 패션이 많이 등장하기도 했다.
극 중에서 노먼이 '이탤리 스타일이야'라고 말할 정도로 레옹은 과감하면서 최고의 실력을 가진 킬러로 나온다. 그러면서도 장 르노가 연기한 얼빵하면서도 순진한 킬러의 모습은 아직도 뇌리 속에 깊게 박혀 지워지지 않을 정도이다.
마틸다는 어떤가? 일단 초커(목에 달라붙는 목걸이)가 이렇게 잘 어울리는 캐릭터는 정말 보지 못했다. 게다가 1994년 그러니까 30년 전에 그녀가 한 패션은 지금도 유효할 정도이다. 단발머리와 짧은 반바지에 야상은 지금도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패션 중의 하나이다.
물론 이 패션 디자인은 영화 의상 디자이너가 모두 조합하거나 만든 것들이다. 막장 집안에서 유일하게 애정을 주고 있는 남동생이 무참하게 살해된 후 복수만을 위해 살아가는 불량소녀의 캐릭터를 입이 떡 벌어지게 연기한 '나탈리 포트만'도 대단했지만, 그런 분위기에 어울리면서도 세련된 패션을 가져온 디자이너의 역량이 뛰어난 영화였다.
이 영화에서 게리 올드만의 연기는 압권이었다. 약을 먹고 샷건으로 마틸다의 가족들을 무참하게 살해하는 장면이나 모든 경찰 병력을 데려오라고 소리치는 모습 등은 그가 왜 빌런 중의 빌런인지를 알게 해 준다. 게다가 자신의 잘못이 알려질까 봐 전전긍긍하며 온몸에 땀을 흘리며 그 끈적끈적한 얼굴로 화장실에서 마틸다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누가 봐도 최고의 악당임을 상기시켜 준다.
매일 약으로 쪄들어가는 얼굴이 바로 표정에 나타나는 클로즈업 샷에 관객 누구도 그가 배우가 아니라 실제 약쟁이가 아닐까 의심할 정도였다.
한 영화에서 캐릭터 하나를 히트시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감독만 잘해서도 안 되는 것이고, 배우만 잘해도 안 되는 것이다. 종합예술이라는 영화의 다른 말이 있듯이 조명, 의상, 미술, 분장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캐릭터를 이해하고 최고의 디자인을 할 때 비로소 그 캐릭터는 살아서 움직이고, 흥행을 기록하게 된다.
이런 부분에서 3 명의 캐릭터나 크게 히트한 이 < 레옹 >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 캐릭터가 모두 주요 캐릭터였고, 이 캐릭터들을 직조하기 위해 뤽 베송이 거의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고 봐도 될 것이다.
이 부분이 뤽 베송 감독의 뛰어난 점이다.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각 스태프들에게 감독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이야기하고 그 결과치를 끝끝내 얻어내는 것 말이다.
마틸다 캐릭터의 캐스팅은 만 12세의 소녀에게 영화라는 이유로 너무 성적인 학대를 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나탈리 포트만은 정확히 자신이 해야 하는 역할이 무엇인지 그 나이에 이해했고, 그리고 그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 낸다. 그렇기에 거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충분히 배우와 배우의 보호자와 의논이 되었던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훗날 뤽 베송이 미투 때 성폭력으로 기소되며 이런 부분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물론 무죄 판결로 모든 것이 풀리기는 했지만, 당시에 < 레옹 >의 나탈리 포트만의 역할들에 대해서 뤽 베송이 롤리타 성향을 가진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뤽 베송의 실제 부인도 나이 차이가 많았고 부인이 10대였을 때 결혼을 했었기에 더욱 그런 의심을 많이 받기도 했다.
이 영화는 극장판과 감독판이 천지차이이다. 감독판에는 무려 23분이 추가되는데, 이 23분에 극의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기 위한 장면들이 너무나 많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마틸다가 러시안룰렛을 레옹 앞에서 하는 장면은 감독판이 아니면 볼 수가 없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감독판을 보시길 권한다.
하지만 감독판에서 어쩌면 위에서 이야기한 뤽 베송의 만 12세 소녀에 대한 대우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