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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희 May 28. 2024

내가 널 버린 거야

episode 9.

네가 나에게 했던 말과 행동,

묘하게 날 무시하는 것 같은 눈빛 하며 내가 생각하는 것들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말투 하며

그런 너에게 기회를 주었지만 그럼에도 변화하지 않은 너를

내가 버린 거야.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자의로 버렸다.

주위에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걸 느꼈지만, 

나의 기대를 저버리는 이들을 옆에 둘 수 없어

여러 이유들을 대며 많은 이들과 거리를 두려고 노력했다.


넌 이래서 나를 실망시켰고,

너와는 처음엔 친했지만 점차 보이는 모습을 통해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느꼈고,

넌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 그 어떤 도움도 주지 않으면서 네가 필요할 땐 나를 찾았고,

넌 자꾸 나만 보면 힘들었던 감정들만 얘기해서

내가 날 위해 널 버린 거야.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버리고 오롯하게 혼자가 된 것처럼 느껴질 때,

평온함이 찾아올 것이라 기대했지만 고요한 적막 속에서 느껴지는 것은 불안이며 한편으로 안도감이다.

나는 많은 사람들을 버렸지만,

아직 나를 버린 사람은 없다. 

관계에서 내가 주도권이 있었고, 사람들이 나를 버리기 전에 내가 먼저 버렸다.

그 안도감만 남았다. 


하지만 안도감마저 사라지게 되면, 

나는 그저  그 누구도 곁에 두지 않는 외로운 사람이 되어버린다.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나의 마음 안에 괴물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속삭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결국 넌 버림받을 거야.'

'지금은 소중한 관계여도, 그들은 널 버릴 거야.'


괴물의 목소리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내가 먼저 소중한 이들을 버렸지만,

결국 괴물의 목소리대로 되어버렸다. 

결국 내가 소중한 너를 버린 거야.

내가 버린 거야, 버려지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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