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0.
잘 버텨온다고 느끼는 순간에
그 순간이 나의 몰락의 지점이었다.
내구성은 어떻다 할 수 없어도 끈질기게 버틴 나날이 이어졌으나,
결국엔 거센 바람에 무너져버린 나날이었다.
버티는 것밖에 할 줄 몰랐던 나는
거센 바람이 언제 그칠지 모른다는 것에 좌절했고,
내가 쌓아온 것이 이토록 쉽게 무너질 수 있음에 절망했다.
내가 지금까지 버텨왔던 나날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나는 무엇을 위해 이토록 견뎌왔을까
이리 쉽게 무너질 줄 알았다면
그리고 정작 무너지는 순간에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나는,
도대체 왜 버티기만 했을까.
버티고 버텨서 남은 결과가 무너짐이었다면
나의 생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을까?'
그렇게 무너져 내리는 순간에 멈춰 서야 한다.
내 마음 안에 있는 괴물아, 또 나를 벼랑 끝에 밀어 넣지 마.
무엇을 위해 버텨야 할지 몰랐고, 무너지지 않기 위해 노력했어도 결국 무너졌지만,
그럼에도 나는 버텨온 나날 속에
이렇게 서 있잖아.
그게 모든 변화의 시작인 거잖아.
'제발 나를 포기하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