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상담 일을 한지 이제 3년이 좀 넘었다.
그동안 여러 내담자들을 만났고, 상담자가 되는 다사다난한 과정들을 거치며 경력을 쌓아왔다고 자부한다. 3년 경력을 기점으로 초보 상담자인지 경력 상담자인지가 나뉜다지만,
과연 이제 나는 경력 상담자가 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난 왜, 여전히 자신이 없을까?
뒤돌아보면 걸어온 발자국들이 있어
나는 늘 자신 없는 초보 상담자였다.
'이땐 이렇게 말했어야 했는데, 좀 더 따뜻한 눈빛을 보냈어야 했는데'
'이렇게 말하지 말걸, 좀 더 현실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 얘기해 볼 걸'
후회를 거듭하는 상담 속에서 점차 자신감을 잃어갔다.
그러다 '완전하지 않은 상담자'를 연재하면서, 초보 상담자로서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게 된 것 같다.
Ep 1, 2, 3 : 때로는 내담자에게 비칠 나에 대해 신경 쓰기도 하고,
Ep 4 : 내담자와 나 사이의 거리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하고,
Ep 5: 나의 아픔을 그대로 닮은 내담자를 만나며 힘들어하기도 하고,
Ep 7, 8 : 함께 나아가야 할 내담자에게 공포를 느끼기도, 분노를 느끼기도 하며,
Ep 10 : 스스로가 상담자로 적합한 사람이었는지를 돌이켜보고,
Ep 11 : 노쇼한 내담자를 기다리며 상실감을 느끼기도,
Ep 13 : 주체하지 못할 감정들로 인해 공황 발작이 오기도 하고,
Ep 14, 15 : 지쳐버린 스스로를 위해 셀프케어에 힘쓰기도 했다.
그리고 여기, 마의 3년을 넘기고 여전히 불완전한 모습으로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다.
겁도 많고 불안해하지만, 그럼에도 내담자와 함께 여기까지 걸어온 상담자인 내가.
상담은 늘 불확실한 과정을 견디며 앞으로 나아간다고들 한다.
상담이 그러하듯, 상담자의 발달 또한 불확실함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 같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지 않고, 잘못 상담하는 것 같아 두려울 때도 많지만,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면 분명 내가 나아간 발자국들이 있다. 그 발자국들이 증명하고 있다. 늘 두려워하던 너는,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고.
여러분들도 스스로 만들어나간 발자국들을 보고 있는가?
완전하지 않은 상담자로서의 작은 기록을 마치며
나의 작은 기록도 끝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초보 상담자로서의 경험을 허심탄회하게 써보자라고 마음먹고 시작한 브런치북이, 어느덧 17화까지 연재되었다. 여전히 우당탕탕 상담하는 중이고, 경력 상담자라고 얘기할 자신이 없지만, 그럼에도 이런 소소한 이야기들에 귀 기울여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의 불완전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준 내담자들에게 가장 큰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이제 여러 발걸음을 쌓아온 상담자로서, 그리고 글 쓰는 사람으로서 다음 챕터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고자 한다.
지금까지 '완전하지 않은 상담자'를 읽어주시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언젠가 더 단단한 이야기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