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자 직업은 괜찮나요? (현실판)

episode 16.

by 상희

'상담자'라는 직업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가?

대학생이던 시절, 나는 상담자가 되기를 꿈꾸는 학생이었다. 그때 심리학을 복수 전공하고 있었는데, 수업 중 교수님께서 학생들에게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상담자는 블루오션 직업이에요.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상담자라는 직업은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그렇죠, 교수님...

하지만 상담자로서 2년 정도 근무한 나는, 이제 이렇게 덧붙일 수 있다.


'늘 블루오션이었죠, 그게 문제죠.'



상담자로 일하는 거 괜찮나요?


상담자로 근무하는 것이 어떤지에 대한 질문을 종종 받는다. 최근 상담에 대한 수요도 늘고, 사회적인 관심이 커지고 있는 만큼 '상담자'라는 직업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는 것으로 생각된다. 나 역시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미대생이었던 나는, 타인의 고민을 듣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가는 것이 하나의 직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미대에서의 생활은 나 스스로를 계속해서 깎아나가야 했지만, 상담 업계에서 일하면 어쩐지 '나'도 보살피고 '타인'도 보살피는 생활을 해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기에 상담직에 대한 기대가 컸다. 물론 자격증이 있기 때문에, 좀 더 안정적인 구직을 할 수 있지 않을까에 대한 기대도 있었지만.


지금의 나에게 상담직은 어떠냐고 물어본다면, 다음과 같이 답할 수 있다.


사라지지 않을 평생 직업이지만, 아무나 오래 할 수 있는 직업도 아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위협받는 직업군들과는 달리, 상담자라는 직업은 사라질 걱정 없는 유망 직종이다. 한때 AI의 발전으로 상담영역도 위협받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상담은 결국 한 개인과 한 개인 사이 '마음의 연결'이 핵심이다. 그래서 나는 이 일이,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쉽게 대체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실제로 내담자들도 챗gpt에 고민상담을 하다가도, 해소되지 않는 갈증으로 인해 상담실에 찾곤 한다).


하지만 문제는, 직업이 블루오션에 있다고 하더라도 상담자 개개인이 그 직업을 쭉 유지할 수 있는가이다. 블루오션인 것과, 그 안에서 오래 살아남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슬프게도, 많은 직업들이 그러하겠지만, 상담 직업 내에서 감내해야 하는 여러 어려움들이 존재한다. 상담 일을 배우고, 해나가는 과정에서 경험했던 몇 가지 힘들었던 점을 정리해 보았다.



상담자가 마주하는 현실


1) 해야 하는 공부가 왜 이렇게 많죠?

: 상담자가 되기 위해선 보통 석사 학위 이상이 요구된다. 박사 학위를 취득하면 진로가 조금 더 넓어지긴 하지만, 중요한 건 학위로 공부가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깊은 우울에 빠진 내담자, 강박장애를 앓는 내담자, 성폭력이나 가정폭력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내담자를 만나려면 그들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는 지식과 감수성을 갖추어야 한다. 즉, 이를 갖추기 위해 수많은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다. 슈퍼비전이나 학회 세미나 같은 교육은 계속 이어지며, 가장 높은 자격인 1급을 따더라도 예외는 아니다.


2) 돈은 언제 충분히 벌 수 있죠?

: 상담자가 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공부해야 할 것들은 많고, 수련 과정 동안엔 비용만 발생할 뿐 수익은 거의 없다. 몇 년 동안은 '버텨야만 하는 시기'가 지속된다. 게다가 자격증을 취득한 후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2급 자격증을 취득해도 안정적인 정규직 자리는 매우 드물고, 대부분은 비정규직/계약직/시간제 형태로 근무하게 된다. 근무를 하는 도중에도 지속적으로 1급 자격증 취득을 위한 교육 비용이 발생하고, 기관을 끼고 일할 경우 일정 비율의 돈만 받기 때문에 실제 순 수익은 적은 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3) 나는 언제 돌볼 수 있나요?

: 이 직업의 역설적인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상담자는 타인의 아픔을 돌보는 사람이지만, 정작 나 자신을 돌보는 일은 자꾸만 미뤄지곤 한다. 셀프케어가 중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지속적으로 누군가의 고통을 함께 감당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이 고갈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실제로 주변 선배 상담자들 중에 번아웃을 경험하거나, 몸이 먼저 무너져 큰 수술을 받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좋은 상담자가 되기 위해서는, 나부터 건강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못하다.



그럼에도 왜 나는 이 일을 계속하고 있을까?


이 부분이 상담직에서 정말 재밌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 상담자로 일하면 힘들다는 것을 알면서도 상담자가 되고자 뛰어든다. 그리고 나 역시 상담 전공으로 대학원을 입학하기 전에, 상담자의 진로는 힘들 것임을 누누이 듣고 들어왔다. '상담자가 되면 돈 벌기 힘들어', '상담자가 되면 몸이 빨리 망가져', '매일 타인의 힘든 얘기를 듣는다고 생각해 봐'. 그런데도 난 참 용기 있게 상담자의 길로 뛰어들었다.


물론, 상담자로서 일하고 있는 지금, 가끔씩 생각한다.

어쩌면 내가 이 일이 너무 버거워져서, 상담자로서 일할 수 없게 되는 순간이 올 수도 있겠다고. 그럴 땐 아마 또 떠나야겠지,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매력적인 직업으로 여기며 그 굳은 수련 기간을 견디고, 적은 수입에도 상담자로 근무하고 있는 까닭은, 그만큼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하게 되고, 타인과 치료적인 관계를 맺으며 그들의 삶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타인 삶의 힘든 부분에 함께 할 수 있고, 그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목격해 나간다는 것. 그게 참 의미가 있었다. 그 경험은 상담자만이 누릴 수 있는 값진 경험이다.


상담실에서 내담자를 기다리며 생각에 잠긴다.

이 직업은 과연, 나와 얼마나 오래 함께해 줄 수 있을까?

부디 지치지 않고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조용히 마음속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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