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집 앞 놀이터 벤치에 앉아
서로의 머리를 맞대고 기대어 앉아 있을 때면
우리를 위해 세상이 잠시 시간을 멈춰준 것만 같았다.
가지고 있는 모든 걱정과 고민은 사라진 채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다.
영원을 믿었기에
그 순간이 영원하길 빌었다.
우리의 장면이 계속되기를 빌었다.
간절히 빌고 또 빌었다.
그때의 온도, 습도, 냄새.
모든 것들이 아직 내겐 느껴지는 듯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한 가지 희미해져 가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너의 향기이다.
사람은 향기로 추억을 기억한다고 한다.
나는 너와 헤어지면서 너의 향기를 잃었다.
향기가 사라지면서 자연스레 우리 추억이 희미해져 가는 것만 같다.
어쩌면 내가 지금 가장 그리워하는 것은 네 향기일지 모르겠다.
내가 너에게 고백한 것을 후회하면
우리의 추억을 스스로 부정해 버리는 것만 같아서
후회조차 하지 못하는 나는 바보 같은 사람이다.
바보 같았던 나의 사랑은 역시나 바보같이 끝이 났다.
이럴 줄 알았으면서
힘들 거 감수하고, 다 감안하고 다가갔으면서.
너를 잃을 거를 염두에 두고 다가가놓고선.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데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는 말을 스스로에게 건네는 나는
참 이기적이고 책임감 없는 사람이다.
그만큼 너를 정말 사랑했나 보다 애써 합리화를 하지만
그건 합리화가 아니라 누가 봐도 분명히 느꼈을 자명한 사실일 것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았던 사람
보고 있어도 계속 보고 싶은 사람
너와 헤어지고 어디든 갔다.
도망치듯이 어디든 말이다.
이젠 어딜 가야 하지.
다음엔 무엇을 해야 하지.
어디를 가야 할지만 생각하다 보니
지금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다.
위 글은 헤어지고 일주일도 안 돼서 쓴 저의 글입니다.
이별하자마자 든 생각을 퇴고 없이 끄적여 봤습니다.
지울까 아니면 고쳐서 다시 써볼까 생각도 많이 해봤지만
퇴고 없이 쓴 글마저도 저에겐 의미가 있더라고요.
아, 물론 여전히 저는 이별하는 중입니다.
"나의 첫 연재가 네가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그 내용이 이별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연재를 시작하겠단 결심을 하고
제가 느낀 모든 것을 써보자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고작 이 작은 페이지 안에
두 사람의 추억을 담기에는
한 사람의 감정을 담기에는
너무나도 페이지가 작게만 느껴집니다.
연재를 끝마칠 때면
뭐가 달라질까? 내가 좀 달라져있을까?
이런 생각들을 했습니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더라고요.
힘들어 죽을 것만 같은데
세상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잘만 돌아가고 있더라고요.
사실 이 작품을 쓰면서도 소위 '현타'가 많이 왔습니다.
우리의 이야기를 연재하는 게 뭐가 의미가 있다고.
그렇다고 네가 다시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네가 이 글을 읽지도 못할 텐데.
연재를 그만둘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들이 매일 제 목을 조여 왔습니다.
저는 헤어진 날 그대로에 머물러 있는데
다들 아무렇지 않은 듯이
열심히 살아가고 있더라고요.
헤어진 날을 기점으로 조용해진 단톡방들을 들어가도 보고
하루의 시작부터 끝까지 아무한테도 연락이 오지 않는 휴대폰을 보며
정말 끝났구나. 이게 현실이구나. 그런 사실에 매일 가슴 아파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누가 보면 참 몇 년은 연애한 사람의 이별인 줄 알겠습니다. 아쉽게도 우리의 연은 100일도 채 가지 못했습니다. 정확히 90일에 헤어졌거든요. 그렇게 저는 지금 소중한 한 사람을 잃었습니다. 사실, 그 사람을 놓고 싶지 않아요. 잃고 싶지 않아요. 사람을 잃는 게 너무 무서워요. 저는 아직도 이별이 서툰 어린아이인가 봐요.
"너는 어떻게 지내? " 안부 한 마디 건네고 싶어요.
이 글을 누구를 위해 쓰는 건지
의문이 참 많이 들었습니다.
과거에 살고 있는 나를 위해 쓰는 걸까
아니면 너를 위해 쓰는 걸까.
이 글은 아마도
너에게 보내는 전남자친구의 마지막 안녕이자,
언젠간 괜찮아질 거라는 저의 출사표가 아닐까 싶습니다.
짝사랑을 하는, 사랑을 하고 있는, 이별을 한.
그리고 어쩌면 이별을 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부족한 긴 글 읽어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마지막 화는 우연인지 필연인지 9월 1일에 업로드됩니다.
일부로 맞추려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개강하는 날이네요.
그날부터 저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계속 무너지고 있을까요.
아니면 언젠가 괜찮아지는 날이 찾아올까요.
마지막 화로 찾아뵙겠습니다.
-김수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