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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토끼 Oct 01. 2024

2화 나의살던 제2의고향 보스톤에서

사랑하는 아빠, 엄마에게

비행기 안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어요. 앞으로 매일매일의 일상을 기록으로 남기려고요. 아빠도 엄마도 제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하실 테니, 이렇게 기록을 남기면 쉽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특별히 대단한 일들은 아니겠지만, 일기처럼 소소한 일상을 전해드리려고 해요.


13시간 30분, 미국에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는 시간이 왜 이렇게 안 가는지 몰랐는데, 한국에서 미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는 한숨 푹 자고 나니 어느새 도착했더라고요. 와인도 한 잔 마시고, 라면도 먹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게 조금 아쉬워요.  그래도 무사히 도착했고, 교수님을 모시고 오랜만에 픽업 나온 친구도 반갑게 맞이했어요. 보스턴의 맑은 공기가 쌀쌀하지만, 그 차가운 공기도 왠지 반갑게 느껴졌답니다.


기억나시나요? 보스턴 다운타운 거리


교수님을 댁에 모셔다 드리고, 친구와 간단히 점심을 먹으러 차이나타운으로 가는 길이었어요. 그 길을 걸으며 아빠와 함께했던 추억, 엄마와 함께했던 추억들이 하나씩 떠오르면서, 주책없이 또 눈물 버튼이 작동해버렸네요. 하지만 오늘을 끝으로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기로 다짐했어요.

“우는 친구 떡 하나 더 준다”는 말처럼, 친구가 제가 좋아하는 딤섬집에서 점심을 사주겠다고 해서 함께 갔어요. 딤섬을 먹으며 잠시나마 기분이 풀렸어요. 아빠의 새로운 '토끼귀'가 빨리 적응을 마치면, 우리 다 함께 추억이 가득한 보스턴에서 또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보아요.


                                                                            


이 글을 읽고 있는 엄마 모습이 눈에 선해요. “우리 딸, 다이어트 하라고 했는데…” 하실 것 같아요. 그리웠던 고향의 맛이 너무 맛있어서,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하겠습니다!


병원과 집이 생각보다 멀어서 올 연말까지는 친구 집에서 지내기로 했어요. 보스턴에 폭설이 내리면, 가까운 곳에서 지내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요. 사실, 잠이 많은 저를 제가 못 믿는 것도 있긴 해요. 친구는 South Boston이라는 곳에 살고 있는데, 2층 전체를 저에게 사용하라고 해줬어요. 저도 친구와 함께 살면서 같이 출근도 하고, 같이 운동도 다니면, 춥고 긴 보스턴의 겨울이 덜 심심할 것 같아요.

여기에는 제 인생의 절반을 함께해 온 소중한 친구들이 많이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고 마음 편히 계세요. 아빠, 엄마도 건강 잘 챙기시고요.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아빠와 엄마를 많이 많이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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