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빠, 엄마에게
비행기 안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어요. 앞으로 매일매일의 일상을 기록으로 남기려고요. 아빠도 엄마도 제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하실 테니, 이렇게 기록을 남기면 쉽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특별히 대단한 일들은 아니겠지만, 일기처럼 소소한 일상을 전해드리려고 해요.
13시간 30분, 미국에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는 시간이 왜 이렇게 안 가는지 몰랐는데, 한국에서 미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는 한숨 푹 자고 나니 어느새 도착했더라고요. 와인도 한 잔 마시고, 라면도 먹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게 조금 아쉬워요. 그래도 무사히 도착했고, 교수님을 모시고 오랜만에 픽업 나온 친구도 반갑게 맞이했어요. 보스턴의 맑은 공기가 쌀쌀하지만, 그 차가운 공기도 왠지 반갑게 느껴졌답니다.
교수님을 댁에 모셔다 드리고, 친구와 간단히 점심을 먹으러 차이나타운으로 가는 길이었어요. 그 길을 걸으며 아빠와 함께했던 추억, 엄마와 함께했던 추억들이 하나씩 떠오르면서, 주책없이 또 눈물 버튼이 작동해버렸네요. 하지만 오늘을 끝으로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기로 다짐했어요.
“우는 친구 떡 하나 더 준다”는 말처럼, 친구가 제가 좋아하는 딤섬집에서 점심을 사주겠다고 해서 함께 갔어요. 딤섬을 먹으며 잠시나마 기분이 풀렸어요. 아빠의 새로운 '토끼귀'가 빨리 적응을 마치면, 우리 다 함께 추억이 가득한 보스턴에서 또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보아요.
이 글을 읽고 있는 엄마 모습이 눈에 선해요. “우리 딸, 다이어트 하라고 했는데…” 하실 것 같아요. 그리웠던 고향의 맛이 너무 맛있어서,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하겠습니다!
병원과 집이 생각보다 멀어서 올 연말까지는 친구 집에서 지내기로 했어요. 보스턴에 폭설이 내리면, 가까운 곳에서 지내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요. 사실, 잠이 많은 저를 제가 못 믿는 것도 있긴 해요. 친구는 South Boston이라는 곳에 살고 있는데, 2층 전체를 저에게 사용하라고 해줬어요. 저도 친구와 함께 살면서 같이 출근도 하고, 같이 운동도 다니면, 춥고 긴 보스턴의 겨울이 덜 심심할 것 같아요.
여기에는 제 인생의 절반을 함께해 온 소중한 친구들이 많이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고 마음 편히 계세요. 아빠, 엄마도 건강 잘 챙기시고요.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아빠와 엄마를 많이 많이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