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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mmy Park Apr 12. 2024

025 사람은 설득되지 않는다

Jailbreak

"Trust is hard to build, easy to break, and almost impossible to rebuild." (Bradley Cole)

20년의 경험 끝에 나온 깨달음은 무릎을 탁 치게 했다.

Power & Negotiation.
MBA를 할 때 가장 재밌게 들었던 과목 중 하나이다.
매 학기 신청을 서두르지 않으면 금세 마감되는 과목이었다.
단순한 ‘흥정’부터 ‘설득’, ‘협상’을 잘하기 위한 스킬과 심리 등을 배운다.
수업시간마다 두세 명이 짝을 지어 Role Playing도 하는데 이게 실전이다.
 
예를 들면, 두 명이 짝을 지어 중고차 가격을 흥정한다.
한 명은 판매자, 다른 한 명은 구매자 역할을 하는데
판매자는 비싸게 받을수록,  구매자는 싸게 살수록 높은 점수를 받는다.
나름 최선을 다해 설득해 보지만 이익이 상충되어 쉽지않다.
함정은 Deal Break가 될 경우 둘 다 최저점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나만 높은 점수를 받자고 양보하지 않으면 모두에게 최악이 되는 상황.
합의가 중요했다. 간단해 보이지만 쉽지 않은 과제였다.
 
월세 렌트하는 협상도 있었는데
집주인과 세입자로 역할을 나누어 협상을 진행했다.
월세 가격을 얼마에 합의할 것인가.
보증금을 없애고 월세를 올릴 것인가, 보증금을 많이 내고 월세를 낮출 것인가.
물, 전기비는 월세에 포함할 것인가 추가비용으로 할 것인가.
주차는 포함할 것인가 아닌가, 포함한다면 실내로 할 것인가 실외로 할 것인가.
입주시기를 바로 할 것인가 아니면 몇 달 뒤로 할 것인가 등.
모든 조건이 협상의 대상이다.
이때, 이 조건들에 대한 각자 다른 희망 우선순위가 '몰래' 주어진다. 
가령, 세입자는 갈 곳이 없어서 월세가 오르더라도 즉시 이사하는 게 중요하다.
집주인은 목돈이 필요해서 다른 조건보다 보증금을 올려 받는 게 중요하다.
협상이 시작되면 서로 원하는 걸 감추고 유리한 쪽으로 설득을 하기 위해
치열한 두뇌싸움이 벌어진다.
재미있었던 건, 두 사람 모두 원하는 것이 일치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걸 서로 들키지 않기 위해 아닌 척 시치미를 떼고 협상을 하다 보니
서로에게 최악인 조건으로 흥정이 끝난 경우도 있었다는 것이다.
결과를 보고 허탈함에 웃음을 지었다.
한 명이라도 솔직했더라면 서로 윈윈(Win-Win) 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 

일상에서도 이런 일은 흔히 일어난다.

경쟁에 지나치게 집중하다 보면 무엇을 위해 협상하는지 놓치게 된다.

협상의 목적은 상대를 이기는 게 아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다.

많은 협상의 상황에서 상대가 원하는 것을 주지 않기 위해 애쓰다가
내가 원하는 걸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원하는 걸 얻지 못하고도 상대도 못 가졌으니 괜찮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얼마나 비이성적인 판단인가.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반드시 상대를 이길 필요는 없다.

상대도 이기게 해 주면서 내가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 가장 좋은 협상이다.

경쟁에만 집중하는 협상에서 최상의 결과는 나올 수 없다.


"협상할 때, 상대에게 내 카드를 보여주지 않는 것이 좋은 것이라 얘기들 한다.
그러나 나는 이런 포커페이스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사안일수록 상대박이 내 카드를 읽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래야 내 생각을 읽고 서로 합치점을 찾아갈 수 있다."
                                      (『대통령의 글쓰기』中에서)


수년이 흐른 뒤 LG에서 협상에 대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있었다.
Power & Negotiation 수업에서 배웠던 걸 Remind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기억하고 싶은 포인트들을 정리해 보았다.


‘설득(說得)’이란 (내가) 말을 바꿔서 (상대로부터) 밥을 얻어먹는다는 뜻.

결국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먼저 바꿔야 하는 건 상대가 아닌 나 자신이다.

일상에서 누군가를 설득해야 한다면 Now or Never의 경우는 많지 않다.
따라서 한 번의 만남에서 상대를 제압할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이 만남을 통해 '진전'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해야 한다. 
상대방의 마음을 다치게 하지 않으면 기회는 또 있다.
잘 헤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설득은 마지막 버스가 아니다.
 
대부분의 설득 상황은 Zero Sum Game이 아니다.
서로 어떻게 양보하는가에 따라 이익의 총합은 늘어날 수 있다. 
협상에 나서기 전에 ‘전략적 관용’의 선을 정하라.
그 선 안에서 상대방이 원하는 걸 내어주고 내가 원하는 걸 얻어라.
장기적으로 보면 100:0은 좋은 협상이 아니다.
당장은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은 것처럼 보이지만 적을 만들기 때문이다. 
양보하면 총합을 키울 수 있다. 60:60을 목표로 하라.
내가 원하는 것 40을 포기하고 상대도 60이나 가져가는 게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적이 아닌 친구를 만들었을 때
반복적인 윈윈(Win-Win) 효과를 간과하면 안 된다.
 
잘 듣기. 경청. 심청.
설득의 상황에서는 말을 아껴라. 먼저 들어라.
말하고 싶은 욕심을 이기고 상대의 말을 주의 깊게 들어라.  
그래야 상대의 요구와 그 근거를 알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난 상대의 요구는 Position이고
그 Position을 취할 수밖에 없이 만드는 이면의 근거가 Interest이다.
상대가 내면의 Interest를 드러낼 때까지 참을성을 갖고 들어줘라.  
그래야 전략적 관용의 선 안에서 무엇을 내어줄지 정할 수 있고

때로는 이슈도 재정의할 수 있다. (문제는 A가 아니라 B!) 

설득의 상황에서는 말을 아껴야 한다.

먼저 들어야 한다.


설득 상황에서 상호신뢰는 필수다.
한 번이라도 배신을 한다면 가장 결정적 순간에 상대는 그걸 기억한다. 
첫 단추부터 잘 채워라.
상대가 믿을 수 있는 협상의 파트너가 되어라.
신뢰가 깨진 상대방과 마음을 터놓고 협상을 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 모두가 그렇다.  
 
PS.

강사님은 이솝러닝의 김종명 대표님 이셨는데
수업 후에 회사 까페테리아에서 함께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이런저런 사례를 말씀해 주시다가 식사가 끝나갈 무렵 말씀하셨다.
“제가 20년 동안 설득에 대해서만 한 우물을 팠는데, 깨달은 게 한 가지 있습니다.”
“그게 뭔데요?”
“사람은... 결코 설득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
"내 이익에 도움이 되는 만큼만 선심쓰듯 조금 양보하는 것뿐이지요."
“아…”
그렇구나. 곱씹을수록 공감이 되었다.
 

(Cafeteria, Powered by DALL.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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