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안개

by 눈항아리

아침은 정신이 없다. 복동이는 먼저 출발하는 아빠 차를 타고 떠났다. 남겨진 복이는 차에 타자마자 음악 감상에 집중하고 있다. 복실이와 달복이는 잠이 들었다. 조용하다. 최고의 하루가 되도록 조용한 가운데 서로를 응원해 준다. 최대한 건들지 않는다. 잠이 덜 깨 까칠한 모두를 위한 배려다. 운전자도 이른 새벽 기상으로 비몽사몽이라 멍한 상태로 달린다.


차선 변경이 아직도 힘든 초보 운전자가 운전하며 멍이라니 큰일 날 소리! 그러나 눈은 절대 감지 않으니 걱정 말라. 운전은 신호와 대기, 출발을 번갈아 하는 기계적이고 연속적인 동작의 집합이다. 차선 변경이라는 특수한 경우를 뺀다면 매일이 똑같은 길이다. 도로 지도를 머릿속에 하나 넣어 놓고 손과 오른발에 명령을 내려놓고 멍한 상태에서 어느 순간 도착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자주 받는다. 그건 늘 같은 풍경을 보며 같은 길을 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절대 운전을 막하는 건 아니다. 여기는 도시에 비해 차량이 적고 차선 변경은 뒤차가 하나도 없을 때 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자녀 네 명을 싣고 다니니 정신을 절대 흘리고 다닐지 않는다. 그래도 이런 멍 때리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아이들 모두 조용한 가운데 운전을 하노라면 버스를 타고 차창으로 휙휙 지나가는 풍경을 하염없이 보며 가는 것 같다. 손과 발에게 운전을 시켜놨으니 가능한 일이 아닐까. 유체이탈?


이 멍한 기분을 떨쳐버리기 위해 아침 출근길, 저녁 퇴근길 곳곳을 눈여겨보고 눈에 띄는 것을 찾는다. 자연은 같은 것 같지만 매일 변한다. 구름이 같은 날은 단 하루도 없다. 바람의 방향과 풀이 눕는 정도도 매일 다르다. 구름도 산과 바다 하늘 색깔도 그렇다. 풍경이 만드는 그림자도 늘 다르다.


멍한 가운데 눈에 확 들어온 먼산. 아침밥 짓는 연기 피어오르듯 산등성이 사이로 하얀 구름 연기가 마구 피어오른다. 저것을 산안개라고 하는 것일까. 머릿속처럼 희미하지 아니하고 구름솜처럼 새하얀 색이 또렷하다. 휙휙 지나쳐오며 만나는 먼산마다 산안개가 피어오른다. 이런 기막힌 선물이 다 있나. 운전 중이라 절대 사진을 찍을 수 없고 사진을 찍는다고 뇌리에 박힌 사진만큼 대단하게 나올 리도 없다. 출근길 자연이 나에게 주는 아침의 선물 산안개. 희뿌연 머리가 순간 맑게 개었다. 산안개 절대 뿌옇지 않다.


새하얀 산안개.


누군가 나의 머릿속에 들어와 보고 싶다고 해도 꺼내 보여줄 수 없는 게 참 안타깝다. 이것을 글로 아름답게 전해주지 못해서 참으로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러나 내 선물을 탐하지 말라. 지금 선 그곳에서 당신에게 주어진 선물 하나씩을 마음에 담아보라. 순간이 아름다워지고 하루가 설렌다. 이런 마음 알까 몰라. 참 얄밉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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