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이다. 아이들은 등교 시간에서 해방되는 날이다. 우리 부부는 출근하는 토요일이다. 아이들 따라 나도 덩달아 느긋하다. 뒹굴거리다 보면 어김없이 출근 시간이 다가오고 늦고야 만다. 유난히 출근 시간이 옥죄어 옴을 느끼게 되는 토요일이다. 아침은 늘 같다. 출근 준비 시간이 무한대로 늘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출근 시 준비할 일은 정해져 있다. 같은 일을 같은 패턴으로 한다. 시간이 늘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평소와 같이 째깍거리는 시간을 외쳐대며 아이들에게 밥 먹기를 독려한다. 평일과 다른 점이라면 아이들이 느긋한 것이 다를 뿐이다.
시간이 많아서 더 빛나는 토요일이 아니다. 시간이 많아서 좀 더 늦게 일어날 수 있을 뿐이다. 이불에서 최대한 시간을 보내다 느지막이 일어나니 준비하는데 남은 시간이 늘 빠듯하다. 일어나서 우아하게 시간을 보낼 수도 있을 테지만 그것이 될 리가. 묵은 피로는 금요일 밤부터 풀어야 한다. 학교는 5일만 가니 그렇다. 일은 6일을 하니 그렇다. 토요일은 쉬고 싶은 마음 반 일할 마음이 반이다. 낮장사만 하고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진다. 주 4일제를 하면 자영업자는 쉴 수 있을까. 그땐 6일 말고 5일을 일할 수 있을까? 근로의 기준은 근로자에게나 해당된다. 자영업자에게는 해당되지 않으니 그저 주 5일 학교 가는 아이들을 데리고 주 6일 영업장에 출근을 하고 할머니집에 염치 불고하고 아이를 맡기는 것이다. 통일이 중요한데 한결같은 사회가 어디 있겠는가. 이런 다름의 틈바구니 속에서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는 것은 자영업자 부모의 사명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토요일 출근자, 주말 근무자, 자영업자, 부모님들 파이팅!
늦은 출근자는 바쁜 마음에 열불을 뿜어내고, 토요일 수업이 없는 등교자는 느긋하기만 하다. 큰소리쳐봐도 그들의 동작이 빨라지기는커녕 현관문에 앉아 느릿느릿 신을 신으며 콧노래가 흘러나온다. 나들이 가는 느낌으로 나가는 것인가. 좋겠다 복실아. 같은 공간에서 이렇게 다른 너와 나. 나는 아직 준비 안 된 느림보 하나를 더 기다리느라 천불을 삭이고 있었다. 복이 녀석은 멋지게 머리를 말리고 느긋하게 옷을 입는다. 양말 신기는 건너뛰고 맨발로 나선다. 새 운동화 끈을 매려다 된통 잔소리를 듣고 매일 신던 여름 신발을 신고 따라나선다. 뛰라고 하고 싶지만 꺾어 신은 신발이 눈에 걸린다.
느긋한 너희들은 주 5일 등교자.
바쁜 엄마는 주 6일 출근자.
하루가 빈다.
그나마 지금은 형편이 나아진 것이다. 가게 오픈하고 3년 정도는 쉬는 날이 없었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골목 상권에 자리를 잡았다. 일요일 하루 쉬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그래도 이렇게 아이들을 아침에 할머니 집에 내려주고, 밤늦게 아이들을 태우고 퇴근하는 토요일이면 아이들에게도 어머님께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