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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근영 Dec 12. 2024

얼어붙었다

“눈이 왔나 봐. ”


흰서리가 내려앉았다. 게슴츠레 눈을 뜬 복이가 소파에 앉아 바깥 상황을 중개한다.


“눈은 무슨, 서리가 내린 거야. ”


밤 사이 눈 소식이 있었다. 비가 눈으로 바뀌는가 했는데 다행히 눈은 안 왔다.


영화관람 일정이 있는 달복이는 마음이 급하다. 아침에 들를 곳도 있다. 엄마에게 아침 6시에 깨워달라고 했다. 엄마는 평소보다 10분 일찍 깨워주었다. 서둘러 밥을 먹고 학교 갈 준비를 마쳤다. 일등으로 현관문을 박차고 나왔다.


“안 타고 뭐 해? ”


간밤에 비가 내렸다. 대설주의보라고 했다. 눈은 안 오고 비가 내렸다. 영하의 날씨에 겨울비가 얼어붙었다. 그 위로 서리가 내렸다. 찬 비를 맞고 서리를 맞고 출근차가 얼어붙었다. 이를 어째. 차 문 앞에 달복이가 섰다. 그 뒤로 복실이가 줄을 섰다. 복동이가 다른 문을 당겨본다. 복이는 아직이다.


오늘은 지각하면 안 된다. 학교에서 영화 보러 가는 날이다. 달복이가 그래서 일등으로 나왔다. 등굣길에 편의점에 들러 뽀로로 음료수를 사야 한다. 빨리 출발해야 하는데 왜 문이 안 열릴까.


열려라 차야.


앞 유리 덮개를 걷었다. 쩌저적 얼음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당기면 안 되는 거였나? 반대편 문을 당겼다. 그늘 쪽 문은 더욱 굳건했다. 설마 잠김 것은 아니겠지? 삐빅! 삐빅! 얼어붙은 것이 확실하다.


꽁꽁 얼어붙은 마당에 서서 조수석 문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문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열렸다. 햇살이 더 따뜻해져서 그랬는지 우리가 한 번씩 손잡이를 당겨서 그랬는지는 문이 열려서 고마웠다. 곧이어 운전석 문도 열렸다. 시동을 켜고 앞유리, 옆유리, 뒷유리, 좌석 열선을 모구 켜고 난방을 돌렸다. 등교시간 때문에 서둘러야 하지만 출발할 수 없었다. 차에 타니 앞도 뒤도 옆도 안 보인다. 사이드 미러를 닦으려고 유리창을 열었다. 안 내려간다. 내려서 꼼꼼히 닦았다. 입김을 불었다. 얼어버린다. 옆유리도 닦았다. 닦는 사이 수건이 어는 것 같다. 빼꼼 사이드미러 보이는 만큼만 닦았다. 차에 타니 드디어 온풍이  불어온다. 와이퍼를 움직여 앞 유리를 닦았다. 뒷유리도 닦아볼까? 안 움직인다. 뒤쪽 시야는  포기하고 출발!


도로가 얼었다. 속도를 낼 수 없다. 곡선구간 필수템 반사경이 하얗다. 산을 벗어나 해안에 가까워질수록 태양이 더 높이 떠오른다. 빙판길이 물기 어린 도로로 바뀌었다.


달려라 차야.


햇살 한 줌이 소중한 아침이었다. 따뜻함이 이렇게 귀한 것이었다. 가는 내내 창문은 내려갈 생각을 안 했다. 얼어붙은 차와 사투를 벌이고 차디찬 도로를 겨울바람맞으며 달리는 엄마. 시간을 계속 확인하는 조수석 복동이. 풍악을 울리는 중간좌 복이. 세상모르고 꿀잠 자는 뒷좌석 달복이와 복실이.


달복이는 빨간색 딸기맛 뽀로로 음료수를 들고 기분 좋게 교문에 들어섰다. 친구들과 단체관람 영화를 보러 간다고 잔뜩 들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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