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누워있다 이제야 일어났습니다. 푹 쉬고 싱싱한 사과 한쪽을 먹었습니다. 집은 하루쯤 주부가 없어도 잘 돌아갑니다.
그냥 대충 돌아갑니다.
어젯밤에는 빨래가 없었습니다. 자동 패스 아주 좋네요. 빨래를 안 하니 소파가 깨끗했습니다.
일요일 쉬며 열심히 빨래를 돌려야 했지만 일어날 힘이 없어 누워서 돌려달라고 했습니다. 큰 남자 둘이서 빨래를 한 번 돌렸습니다. 지금은 세 번째 빨래가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남자들이 세제와 섬유 유연제 구분을 못 합니다. 그걸 못할지는 몰랐습니다.
세제 통에 세제를 넣고 섬유 유연제 자리에 섬유 유연제를 넣으면 되는 간단한 일입니다.
하지만 해 보지 않으면 양을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부터가 난관이지요. 다 큰 남자 둘이 머리를 맞대고
세제 통에 세제를 넣고 섬유 유연제 통에 울샴푸를 넣었던 것입니다.
울샴푸를 아십니까? 모르십니까? 알 턱이 있나요.
넣고도 이것이 섬유 유연제가 아니냐며 우깁니다. 다 빨아 건조까지 해서 소파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빨래들이 향긋한 울 샴푸 향을 풍깁니다. 헹굼을 다시 해야 할 상황입니다. 아주 그냥 주부의 빈자리가 느껴집니다.
두 번째 빨래는 주부가 돌렸고 세 번째 빨래에 세제와 유연제를 넣다 딱 걸렸지요. 핑크색 통 울샴푸를 들고 얼마나 넣어야 하나 망설이던 복이에게 남편을 해결사로 보냈더니 첫 번째 빨래의 진실이 밝혀진 것이지요.
섬유 유연제 통에 울샴푸를 넣었던 것이 들통났습니다. 우선 울샴푸를 넣은 섬유 유연제 칸에 물을 가득 부어 세제와 같이 들어가 빨리도록 했습니다. 마지막에 섬유 유연제를 넣어 헹굼을 따로 하기로 했지요.
주부가 없어도 집은 잘 돌아갑니다. 삐거덕 거리지만 세탁기도 건조기도 돌아갑니다. 세제에 대문짝만 하게 세제라고 적어야겠습니다. 섬유 유연제에 대문짝만 하게 섬유 유연제라고 써놔야겠습니다.
매직으로 써놔야겠습니다.
이런 걸 주부의 빈자리라고 하나 봅니다. 아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