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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화수집 04화

폴라포를 범벅으로 먹는 방법

떨군 얼음 덩어리를 먹는다고 중병에 걸릴까?

by 눈항아리


하교 후 간식으로 폴라포를 먹는 4학년 달복이. 아래쪽 뾰족한 모서리에 구멍이 생겼다. 국물이 줄줄 샌다. 손에 포도 물이 들었다. 윗옷, 아래옷 할 것 없이 보라로 물들어 간다. 도움을 청하기에 주방 타올로 막아 주었다.


이번에는 먹던 폴라포 보라색 얼음 덩어리가 배에 떨어졌다. 500원 동전만 하다.


화르륵! 정지!



어떻게 하나 가만히 봤다. 눈치를 보더니 얼른 입에 넣는다.


남은 국물이 떨어질 것 같은데 자꾸 입구를 아래쪽으로 내린다. ‘어어어!‘ 속으로 외치며 엄마 눈은 폴라포 보라 국물이 떨어질까 동그라미 하얀 구멍을 따라다닌다. 다행히 엄마는 입을 꾹 다물고 아무 소리를 안 냈다.


포도 색깔로 범벅이 되었으나 안전하게 마무리된 4학년 달복이의 폴라포 먹기 끝!





폴라포를 먹는 4학년 아이를 보면서 엄마는 왜 화가 났을까?


나는 지저분한 것이 떨어지면 화를 내는구나.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를 뻔했다. 왜 지저분한 것이 떨어지면 화가 날까?


1.내가 치워야 해서?


2. 아이가 10세나 됐는데도 떨궈서?


1번이라면 아이가 치우도록 하면 될 일.

2번이라면 나를 돌아보라. 나는 마구 떨군다. 누구를 닮았을까?


화난 장면을 정지해 두고 구경하기 잘했다. 화가 날 일이 아니었다. 정지의 순간 소리를 질렀다면 아이가 무엇을 잘못한 줄 알고 기가 팍 죽었을 테다.


다음번 아이가 실수를 했을 때 잠시 기다려주자. 떨어진 얼음 덩어리를 먹는다고 아이가 중병에 걸릴까? 그보다 엄마의 버럭 화에 아이의 마음이 많이 아파진다는 것을 먼저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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