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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의 실행력 주의보

베갯잇이 오버핏

by 눈항아리 Feb 22. 2025

살림의 기적 2탄 <이부자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부자리>는 매일 아침 이부자리를 정리하자는 나와의 약속이다.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블로그에 짧은 글을 발행한다.


나는 매일 출근 전 이불을 갠다. 부끄럽지만 예전에는 안 개고 살았다는 말이다. 이제 29일 되었다.



2025년 2월 20일

 <이부자리>28회 차 블로그 발행 글입니다.


베갯잇이 오버핏


출근 전 이불 개기는 잘 진행되고 있다. 성공을 말하기는 이르지만 이불의 다른 영역으로 매일 확장시키고 있다.

며칠 전에는 베갯잇을 샀다. 나는 이불도 베개도 베갯잇도 잘 안 산다. 안 사도 남편이 사 온다. 남편은 베개에 유독 민감한 사람이다. 벌써 몇 번이나 베개를 바꿨다. 하나만 사도 되는 베개를 꼭 쌍으로 사서 베개 개수를 늘린다. 이불도 그랬다. 담요도 그랬다. 심지어 이마트에서 파는 어떤 이불은 캠핑용이라며 사들이더니 식구 머릿수 대로 샀다. 바닥에 까는 요도 그랬다. 무슨 무슨 매트가 좋다며 말도 없이 주문했다. 내가 주체적으로 안 사도 늘어나는 살림살이가 감당이 안 된다. 그러니 내가 살 필요가 없었다.

그런 내가 베갯잇을 샀다. 4개나 샀다.

그런데 사이즈를 잘못 생각했다. 50*70 사이즈를 샀는데, 우리 집 베개는 모두 40*60 사이즈 인가? 헐렁하게 남아돈다. 베개가 남의 옷을 입은 것 같다. 베개의 커다란 몸을 구겨서 넣지 않아도 되니 좋게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긍정이 충만한 사람이다. 살림에 관심을 가진 것이 장할 뿐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있겠는가.

오버핏 베갯잇이 4개!
푸른 동해 바다 색깔 베갯잇이 아주 멋스럽다.



살림 의지가 충만해지면서 관심 분야가 집안일의 전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불 분야도 그렇다. 처음에는 베갯잇과 이불 세탁부터 시작했다. 어느 날엔 안 덮는 이불을 구석에서 구제하기도 했다. 이불을 효과적으로 넣고 빼는 방법을 궁리한다. 더 나아가 이불장 정리, 장롱 정리 연간 계획을 작성하기에 이르렀다.


이불속에서 뒹굴거리기만 좋아하던 나인데 살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전에 없던 새로운 에너지가 넘친다. 내가 생각해도 연간 계획까지는 좀 과한 듯하다.  


그리고 의욕이 넘치며 자꾸 뭘 사들이고 있다. 위험하다. 예전엔 정리를 한다면서 정리바구니를 그렇게 사들였다. 아이들 장난감 바구니, 책꽂이 정리 바구니를 한 번에 대량 구매해 싹 정리했었다. 몇 년 잘 사용하기는 했지만 나중엔 모두 쓰레기가 되었다. 이번엔 음식을 담는다며 그릇을 정리하고 냉동용기를 샀다. 냉동국용기도 샀다.


베갯잇이 끝이기를 바란다.


살림이 늘면 그걸 감당해야 하는 사람도 나이니까. 기억하자, 나는 살림 늘리기 작전을 펼치는 것이 아니다. 살림이 비대해지면 오히려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장바구니와 택배 상자에 치여 살 수 있으니 주의하자.


구매 주의 필수!
꼭 필요한지, 크기가 적당한지,  쓰임에 맞는 물건인지 주문 전에 세 번 더 생각하자. 오버핏이라니 옷도 아니고 그게 뭐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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