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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의 언어는 아름답다

형제의 훈제오리 볶음

by 눈항아리 Feb 25. 2025

주부는 살림의 중심에 서서 중심을 잘 잡고 있다. 밥 하기 싫다면 아들들이 끓여주는 라면을 얻어먹는다. 남편이 해주는 볶음밥도 얻어 먹는다.


밥할 시간이 없다면 입으로 밥을 한다.


훈제오리 볶음을 하는 복동이와 복이, 아이들 옆에서 나는 코치를 해준다. 두 형제는 아주 가관이다.


복동이와 복이는 라면과 볶음밥 정도의 요리를 한다.

 

<나 주부의 짧은 코치>

(냄비를 준비한다.)

나 주부 : “복아, 양파랑 파 한 주먹씩 넣어. ”


절대 곁눈질로도 보면 안 된다.


나 주부 : “복동아 훈제오리 뜯어서 넣어. ”

나 주부 : “가위로 오리를 잘라. ”

나 주부 : “이제 양념이야. 간장 2, 설탕1, 고춧가루1. ”


절대 보면 안 된다.


안 봐도 음성 서비스가 다 된다. 형제의 음성을 들어볼까?

복동 : “간장 몇 숟가락? ”

복이 : “두 숟가락. ”

다행히 쏟지 않았다.

복동 : “야! 설탕 왜 그렇게 많이 넣어. 엄마가 한 숟가락이라고 했잖아. ”

복이 : “세 숟가락 아니었어? ”

복동 : “아니야 한 숟가락이야. 엄청 달달하겠네. ”

복이 : “고춧가루 얼마나 넣어? ”

복동 : “몰라. ”

나 주부 : ‘이런 조류들을 봤나. 그새 잊었어?‘

복동 : “그냥 뿌려. 색깔 벌겋게. ”


양념도 아이들이 가져다 쓰고, 재료도 냉장고에서 아이들이 가져다 쓰게 하고, 숟가락 등 기타 필요한 것도 가져다 쓰게 한 후 뒷정리도 아이들이 말끔하게 끝냈다.


복동이가 뒤집개를 하나 들고 전기레인지 위에 냄비를 올린 후 오리를 뒤적거린다. 이런게 진정 든든한 모습이다.


“아들, 머리에 냄새 배는데 머릿수건 안 해도 될까? ”

“아들, 옷에 기름 튀는데 앞치마 줄까? ”


우리의 살림 언어는 아름답다.


누구든 해주는 밥은 감사다. 가족들도 그 감사의 의미를 알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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