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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보나 May 01. 2024

간짬뽕 고춧가루 테러


 “No” 라고 대답부터 하는 엄마 습관 바꾸기.


꼬마일적 개구지던 복이는 클수록 말이 줄었다. 얼굴 표정도 없어졌다. 하고 싶은 것도 좋아하는 것도 없는 만사가 귀찮은 아이가 되어갔다. 원인이 하나 뿐은 아닐테지만 엄마의 잘못된 사랑법이 아이의 마음과 얼굴을 무표정으로 만든 것 같아 늘 미안했었다.


1년 사이 아이는 많이 변했다. 귀차니즘 복이가 요즘은 얼굴에 여드름을 줄줄이 달고서 웃으며 다닌다. 몇 년 만에 아이의 미소를 보는 것인지 모른다. 그동안 유지하던 냉미남 포스를 과감히 버렸다. 늘어지는 기다란 팔 다리는 아끼는 자전거 애마위에 얹고 다닌다. 활기가 넘치는 아이의 사춘기라니 좀 이상하다. 목청껏 소리도 질러본적 없던 아이는 동생들을 큰 소리로 나무라기도 한다. 1년 전의  아이는 건드리면 깨질 것 같은 그릇이었는데 정말 많이 바뀌었다. 아이는 부모의 관심과 환경에 따라 많이 변하는 것 같다.



거절당한 아이는 푹 한숨을 쉬며 뒷말을 삼킨다. ‘말해봤자 엄마는 들어주지 않을텐데 뭐.‘ 이런 표정으로 뒤돌아서는 아이의 모습은 참 아프게 다가온다.


아이의 요구 사항이 무엇이든 우선.


“Yes!"를 하자.


그리고 소원 성취를 위한 방법을 강구하자. 건성으로 대답하는 예스맨에게 엄마는 무한 긍정을 해 주어야 하는 신세가 좀 억울하기는하다. 그러나 진심을 담은 말을 주고 받다보면 아이도 엄마의 마음을 느낄 날이 올 거라 믿는다.




저녁 식사로 라면을 먹기로 했다. 복이가 요청했다. 복이는 한술 더 떠 컵라면을 먹으면 안 되냐고 물었다. 잠시 마음 속에서 갈등을 한 후 "Yes!"를 외쳤다.



 "Yes!"의 효과는 꽤 좋다. 아이는 “Yes!"라는 답을 들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드나 보다. 아이의 자존감 올라가는 소리가 마구 들린다.


복이는 마트에 가 가족이 먹을 라면 두 종류와 컵라면 하나를 사 왔다.


간짬뽕


편의점에서 삼각깁밥이랑 먹으면 정말 맛있다는 청소년 어린이들의 밥과 같은 간식이다.


간짬뽕 컵라면 조리 방법

*용기의 뚜껑을 열고 액상 스프를 꺼낸 후 끓는 물을 용기 안쪽 표시선 까지 부은 후 뚜껑을 닫습니다.

*4분 후 뚜껑에 구멍을 뚫어 물을 따라 버린 후 액상스프를 넣고 잘 비벼드십시오.


일반 컵라면은 스프를 넣고 물을 붓는다. 아이는 끓는 물을 붓고 곧 스프를 뜯어 부어 버렸다. 습관이란 무서운 것이다. 다행히 액상스프가 100원 짜리 동전만하게 떨어진 것을 보고 아이는 그것이 액상스프라는 것, 이 라면은 볶음 간짬뽕이라는 사실을 알아챘다. 그러나 떨어진 양념이 아까워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어쩔 것인가.


뚜껑에 구멍을 뚫고 물을 따라 버렸다. 곧이어 짬뽕을 끓여 먹으면 안되냐고 그러는 아이. 조리를 어떻게 할 지 알 수 없으나 예스 엄마는 긍정을 해주었다. 라면은 혼자서도 잘 끓여먹으니 그리 어려운 요청도 아니다.


따라 버린 국물과 같이 흘러가버린 아까운 양념을 대신해 첨가할 조미료가 필요하다. 아이는 후추, 파, 고추, 고추장, 고춧가루 등을 사용한다. 아 맞다. 지난 번에는 설탕인 줄 알고 미원도 넣어 봤다고 했다. 이번에 선택한 것은 고춧가루다.


고춧가루 통을 손에 쥐고


톡톡 하니


훅 들어간다.


한 웅큼 들어갔다.


처참하다.



그것을 볶았는지 어쨌는지 지켜보지는 못했다. 돌아왔을 땐 개수대에 빨간물 범벅이 되어 있었다. 복이는 아빠와 안성탕면을 먹고 있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아이가 못 먹은 아까운 면이 불쌍해 말을 참았다.

화르륵!


열이 올랐지만 이전의 경험으로 나는 개수대가 빨개지면 화가 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인지를 하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화를 피해갈 수 있고 마음 정리가 된다.


엄마가 바뀌면 아이도 바뀐다. 다음에는 조미료를 넣을 때 숟가락을  꺼내 주자. 간짬뽕이 고춧가루 테러를 당했지만 ‘예스 엄마’의 ”Yes"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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