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서 잊힌 기억들
자주 실수를 한다. 바쁜 시간 사소한 실수는 웃음을 가져온다. 가끔은 배꼽이 빠지게 웃는다. 무료한 일상에 웃음을! 웃음만 주겠는가, 실수가 때로 획기적인 발견이 될 수도 있다. 나는 믿는다.
자몽과 생강이 만났다. 의도한 것은 아니다. 레몬차, 자몽차, 생강차, 유자차, 또 생강차를 줄줄이 만들어 놓고 데코레이션을 올리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소한 실수일 뿐이다. 투명 유리컵에 생강청을 넣었다. 자몽 슬라이스를 퐁당 떨어뜨리고 앗차 싶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생강도 자몽도 구할 수 없었다.
이런 조합도 탄생할 수 있다. 레몬과 생강 조합도 꽤나 괜찮다고 한다. 레몬과 동급으로 잘 나가는 자몽이니까 어쩌면 자몽과 생강도 은근 잘 어울릴 수 있지 않을까? 자몽생강은 아무도 시도해 보지 않은 환상의 조합은 아닐까? 포스트잇도 페니실린도 실수가 만들어낸 발명품이지 않은가. 내가 만든 우연이 대박 상품일지 또 누가 알겠는가.
궁금했다.
뜨거운 물을 부었다.
맛이 정말 매우 안 어울린다.
내가 안 좋아하는 맛이다.
나는 생강도 자몽도 안 좋아한다.
찬물을 부어 볼까?
생강과 자몽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먹여봐야겠다.
일하는 중 잠시잠깐의 깜빡임이 가져온 실수, 자몽생강차. 맛은 별로였지만 ‘새로운 레시피를 만들어 볼까’ 하는 설렘 가득한 도전의식이 샘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