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무더기의 빨래를 수월하게 정리했다.
운동 후 홀로 가볍게.
남자 셋은 모두 운동을 하러 갔고
달복이는 먼저 씻고 잠자러 갔고
복실이는 긴 운동으로 기분이 너무 좋다.
빨래 산도 아니고
빨래 언덕도 아니고
소파에 얇게 한 겹 깔려 있는데
그냥 하루 넘어갈까 고민되었다.
곰도 100일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되었는데
끝까지 해보는 거야!
굳은 마음을 먹고
운동 후 다져진 팔과 다리를 움직였다.
몸을 움직이기 위해
늘 마음을 먼저 움직여야 한다.
오늘은 곰이 도와줬다.
웅녀야 고맙다.
방학 설거지의 여파로
팔은 여전히 후들후들하다.
가을의 시련만이 시련이 아니다.
늘 닥쳐오는
마음의 나태함만이 시련이 아니다.
바쁜 가을이 끝나면
곧
겨울 방학이라는 새로운 숙제를
내려주는 게 인생이다.
방학이 끝나면
뭐 또 끝날 것 같지만
전혀 절대 naver
그렇지 않을 것을 이제는 안다.
뭐 예전에는 몰랐던 것은 아니다.
어렴풋이
왜 나는 이렇게
항상 힘이 들까 생각했다.
방학 후 개학은 좋기도 하지만
방학 후 신학기는
또 다른 도전의 시간이 될 테다.
만세를 부르기도 잠시
정신없이 일정을 짜고 바꿔야 하고
새 학기 적응으로 잔뜩 긴장한 아이들을
챙기느라
나란 엄마란 사람은
언제나 나름
시련의 시간을 보낼 것이 뻔하다.
이제야 그것이 보이는 이유는
내가 조금 자랐기 때문일까.
안정감 있던 내 공간과 시간에
아이들이 들어오는 것이
방학이다.
변화는 늘 불편하지만
주기적으로 또는 비주기적으로
찾아오고야 만다.
변화 속에서 안정된 길을 찾으면
또 다른 변화가 찾아온다.
새로운 시스템을 짜야하는 나로선
매번 찾아오는
변화가 그리 달갑지 않다.
때로는 정말 귀찮은 일이다.
그러나
반복되는 새로운 변화 속에서
나는 더 성장할 것을 안다.
세상이라는 녀석이
인생이라는 것이
나를 그렇게 굴리고
키워주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변화의 새 바람.
늘 불어오는 바람에
잔잔한 노래가 실려온다.
빨래를 개며 부르는 흥얼흥얼 콧노래
아직 넷 중 꼬마 둘이
방학을 안 해서 그런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