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과 조회수

핸드폰 일기

by 눈항아리

5월 17일

“나는 유튜브 삭제한 지 며칠 됐어. 안 봐도 살만해. ”점심을 먹으며 남편에게 말했다.

“잘 안 보니까 그렇지. ”남편이 냉큼 말했다.

맞다, 나는 유튜브를 잘 안 본다. 가끔만 봤다. 모래시계 제한 시간만 핸드폰에 떠도 그냥 꺼버릴 수 있는 종류의 것이었다. 핸드폰 속 중독에도 중증, 경증이 나뉜다.

나에게 유튜브는 아무것도 아니다. 짧은 영상 같은 건 더더욱 정신 사나워서 안 본다. 유튜브를 삭제한 것도 프리미엄으로 보다 프리미엄을 끊고 광고가 나왔기 때문이다. 광고가 쇼츠처럼 정신없이 떠들어댔다. 그래서 바로 삭제할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블로그나 브런치는 다르다. 조회수에는 중증이다. 무엇이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일까. 조회수를 보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5월 18일


조회수는 나에게 무슨 의미일까. 만 단위 조회 수가 나오던 날, 기쁨에 부들부들 떨리는 마음을 하루 종일 진정시킬 수 없었다. 마구 분출되는 도파민에 어쩔 줄 몰랐다. 도파민이 이런 것이로구나 느낌만으로 알 수 있었다. 그런 놀라운 감동의 순간을 맞이했다. 감격스러워 눈물도 났다.


어떻게 일상으로 돌아왔을까? 상승하던 직선은 곧 곤두박질쳤다. 곧 바닥을 찍고 조회수 0의 순간이 돌아왔다. 하루 만에 혹은 이삼일만에 벌어지는 일이었다. 화양연화의 짧은 순간을 만끽하고 한 순간에 폭삭 늙어버린 것 같았다.

조회 수가 올라가면서부터 직선의 변화 과정을 실시간으로 시청했다. 초 단위로 올라가는 조회수는 놀라웠다. ‘조회수 광클릭’이라고 들어는 보셨나. ‘조회수 광클릭’의 신화를 혼자 썼다. 그런 경험이 반복되면서 자연스럽게 조회수 중독의 길로 빠졌다.

올라가면 내려가는 것이 순리다. 조회 수가 줄어들면서 직선의 기울기가 작아졌다. 뚝뚝 촛농을 떨구며 타들어가는 초의 심지가 되었다. 작아지는 촛불을 아련하게 바라보는 마음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0에서 바닥과 평행을 이루며 조회 수가 사라지면 훅! 한순간에 불 꺼진 촛불의 허망한 모습을 보듯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다 타들어간 심지에 불을 한 번 더 붙일 수 있다면... 아스라이 사라지는 조회수를 보며 널뛰던 마음은 진정되어 갔다. 그러나 서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주식 하락장을 맞이한 듯 바닥으로 축 가라앉았다.

다시 한번 상승의 기분을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기대로 조회수 0이 된 글을 누르고 눌렀다. 새로운 글을 발행하면 또 새로운 상승의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어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이제는 작은 상승 직선에도 나는 동요하게 되었다. 조회수 상승의 날 느꼈던 그 전율을 또다시 맛보고 싶었던 것 같다.

도파민 중독 맞다. 나다. 다른 곳에서 나는 그런 걸 못 느끼는 걸까. 가게 매출보다 매혹적인 조회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정말 물어야 한다. 나는 조회수에 산다. 핸드폰 속 지금으로 봐선 그것이 가장 큰 난관이다. 핸드폰을 열고 싶을 때마다 물었다. 조회 수가 나에게 무슨 의미이지?

조회수는 감사다. 조회수는 숫자에 불과하다. 나름 인정받고 있다는 표시? 그저 라인을 잘 타서? 조회 수가 뭐든 초 단위로 분 단위로 내가 눌러본다고 늘어날 숫자가 줄지 않는다. 안 늘어날 숫자가 커지도 않는다. 내 능력 밖의 것에 일희일비하는 내가 우습다.

조회수는 사랑임에 분명하다. 매혹적이다. 그러나 조회수의 유혹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나는 그 감사를 조회수 광클릭이 아니라 글로써 되돌려줘야 하지 않을까.

조회수를 위해 글을 쓰는 게 아니다. 조회수를 확인하고 싶을 때 나에게 물어보라.

그대 통계청장 님이신가?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나를 발견하고 더 나은 나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다. 지금 통계를 확인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왜 나는 목을 매는 것인가. 당장의 기쁨, 즐거움, 희열, 쾌락을 위해서인가? 나는 욕망만을 좇는 사람이 결코 아니다.



핸드폰 사용 결심

책 읽기 몰입하기

통계 확인 금지

변명 금지 ​​

가족과 시간 보내기

핸드폰 중독 별것 아니다

나는 핸드폰 일기를 쓴다

나는 핸드폰 사용의 모범이 되겠다

나는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나는 매 순간 도전하는 사람이다

나는 소중한 사람이다

나는 가치 있는 사람이다

나는 아름다운 사람이다

나는 진실한 사람이다

나는 용기 있는 사람이다

나는 굳은 의지를 가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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