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으로 볼 것이 없는데도 주머니에 꼭 가지고 다녔다. 설마 뭘 볼까? 봤다. 사파리로 들어가 우회해서 브런치에 들어가 구경을 했다. 로그인이 안 되어있어 내 글을 찾는 데 한참이 걸렸다. 그래도 좋았다. 맙소사. 그래서 처방했다. 사파리 아웃. 사파리 제한 시간을 0으로 만들었다. 브런치만을 못 들어가게 하는 방법을 찾지 못해서 우선 사파리를 막았다. 아 허전하기 그지없다.
정신이 없었다. 그리하여 오븐을 열어 트레이를 맨손으로 잡았다. 왼손에 둘째 손가락에 작은 물집이 잡힌다. 화끈 거린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자.
일하는 중 나에게 허락된 것은 카운터 앞 남편의 태블릿 속 메모장과 밀리의 서재뿐이다. 과연 그럴까. 틈틈이 남편 몰래 브런치에 들어가 야금야금 글을 읽었다. 남편의 발걸음이 카운터에 닿기 전에 몇 번 도둑 걸음으로 돌아다녔다. 하하. 남편의 태블릿에 내가 모르는 비밀번호를 걸으라고 해야할까 보다.
1시 즈음
핸드폰과 나 사이에 삭제라는 거대한 방벽 하나를 쌓았다. 그 사이로 생기는 작은 구멍들을 틀어막고 있다. 그러고 나면 또 금세 다른 구멍이 생긴다.
평소 먹지 않던 아이스크림 생각이 났다. 아이스크림 하나를 다 먹고 스콘 한 조각을 또 먹었다. 아침에 씹어 먹던 라면을 뜯어먹고 싶었다. 오징어를 질겅질겅 씹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8시
드디어 줄줄 새는 구멍을 막기로 큰 결심을 했다. 사파리 삭제했다.
종일 핸드폰 주변을 배회하는 것 같았다. 진이 다 빠진다.
9시
복이에게 신세 한탄을 했다. 나의 금단 증상을 설명했다. 기분이 몹시 저조하다고 토로했다. 사파리까지 삭제했다고 하니 아들은 친절하게도 사파리는 지워진 게 아니라 앱 보관함에 있는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고맙다고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10시
서둘러 집으로 왔다. 하루 종일 핸드폰에게 시달린 것 같다. 핸드폰을 켜도 내가 즐기는 것들이 없으니 심심하기만 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심심하다는 생각을 해봤다. 블로그와 브런치가 없는 삶이라니 상상도 못 했던 몇 년이었다. 그래도 집에서는 글을 올릴 수 있어 다행이다. 나의 블로그와 브런치는 나의 책상 위 태블릿에 넣어놨다. 하하. 하루의 끝과 하루의 시작을 함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