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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홍과 낮달

광릉숲에서

by 고운로 그 아이


상수리나무 가지에 앉은 달을 보고

처음으로 붉어진 천일홍

그 마음은 천일 동안 변하지 않네


가을장마로 생이별한 달을 찾아

두둑 떨어지는 빗방울에게 행방을 묻지만

대답 대신 굵은 빗줄기

포엽 사이를 후벼 판다

붉다 못해 검붉게 멍든 가슴

빗물에 씻겨간 눈물도 붉다


상강이 먼산 등성이를 구렁이처럼 기어오르고

도적처럼 몰려올 서리가

연모의 마음까지 얼려버릴지라도

찾을 수만 있다면 붉은 너울 벗어던지고

맨발로 서릿발 밟으며 달려가련만

장정 같은 장대비에 가로막혀

속절없이 뜬눈으로 지새운

천일홍


불면의 밤이 지나고 꿈결인 둣

숙인 목덜미를 햇살이 훑고 지나간

정오의 때에

상수리나무 사이로 애타게 천일홍을 찾는

창백한 낮달 하나

보고픈 얼굴 찾아 비구름에 쫓기며

밤을 피해 대낮에 온 달을 목전에 두고서

고개를 떨구고 있는 천일홍


붉은 그리움만 뚝뚝 흘리는

낮달의 연인, 천일홍








정말 오랜만에 글을 올립니다. 10월 2일에 발행한 글이 마지막이었는데 정확하게 4주 만에 글을 올립니다.


그동안은 새 집 적응기였습니다. 낯선 곳에 어떻게 마음을 붙이고 살지 막막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적응이 되었습니다. 적자생존의 법칙인가요, 환경에 잘 적응한 개체가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요.


8, 9월은 국립수목원(광릉수목원)에 가지 못하고 10월 15일경에 다녀왔습니다. 10월 들어서 비가 참 길게도 왔었지요. 이날은 마침 햇볕이 쨍쨍해서 어린아이처럼 들떠있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다시 흐려지면서 빗방울이 떨어졌습니다.

타이밍이 좋았요.


전나무 숲길을 걷다 하늘을 보니 파란 하늘, 흰 구름 사이에 낮달이 예쁘게 떠 있었습니다. 낮달은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낮달에 대해서도 검색을 해봤습니다.


초승달은 오전 9시에 떠서 밤 9시에 집니다. 그러니 오전 9시부터 해지기 전까지 낮달을 볼 수 있구요,

상현달은 낮 12시~ 밤 12시

보름달은 오후 6시 ~ 새벽 6시

하현달은 자정 ~ 낮 12시

그믐달은 오전 3시 ~오후 3시

이 시간 동안 낮달이 관찰됩니다.

햇볕이 강하면 안 보이니까 구름이 해를 가리거나 어두운 날 오히려 관찰이 잘 되겠죠.

이 사진을 찍은 시간이 낮 12시경입니다. 하현달과 그믐달 중간쯤 되는 위상이니까 이 시간대에 관찰되는 것이 증명이 되었네요.



국립 수목원을 수없이 왔지만 천일홍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낮달을 본 것만큼이나 신선했습니다. 천일홍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브런치 소위 작가님의 소설 '너에게서 나와, 너에게로 갔다'에 나오는 천일홍 꽃밭이 생각납니다. 읽은 지 오래되어서 기억이 지워진 부분도 있지만 천일홍 꽃밭은 이 소설에서 중요한 실마리가 되는 장소였지요.


천일홍 꽃은 천일동안 피는 것은 아니고 7월부터 10월, 길게는 12월까지 핀다고 합니다.

꽃말은 변치 않는 사랑, 끝없는 사랑이라고 하네요.


수목원에는 수많은 글의 재료들이 있습니다. 스산한 숲 속을 가로지를 때면 추리소설의 영감이 떠오를 것만 같습니다. 이번 시를 무엇으로 쓸까 생각하다가 인상 깊었던 낮달과 천일홍이 떠올라 사랑 시로 엮어 보았습니다.



수목원에서 본 꽃들과 풍경을 올려 보겠습니다.

일부는 열대온실관에 있는 꽃입니다.

수련/ 부레옥잠


자주꽃방망이/ 하와이 무궁화


플루메리아/ 금관화


숫잔대/ 각시투구꽃


국화


낮달이 보이는 풍경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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