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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취미는?

by 고운로 그 아이


그녀가 조용히 혼자 사색을 할라치면

어김없이 그들이 몰려온다

마치 꿔준 돈을 받으러 온 것처럼,

혹은 층간 소음에 항의하러 온 듯이

문을 쾅쾅 두드리며

조금만 틈을 주어도 우르르 밀고 들어온다


제 집인 양 널브러져 있는가 하면

엎어져 말타기를 하고

서로 머리를 맞대고 소싸움을 하기도 한다


이명보다 고통스러운 소음에

두 귀를 막고 있다가 호통을 치는 그녀

"다들 조용히!"

그들은 난장판을 만들다가도 일제히 숨죽이며

그녀의 말에 집중한다

이 순간을 기다려온 것처럼


"이응, 이쪽으로 온다"

이응이 데굴데굴 신나게 러간다

"치읓은 그 옆으로"

치읓이 겅중겅중 걸어간다

차례로 불린 그들은 '아침'이라는 블록을 쌓았다

"돼와 되는 서로 바뀌지 않도록, 실시!"

그녀의 지시에 맞춰 그들은 정성스럽게 글을 만들어 간다


기역, 니은, 디귿, 아야어여 다 불렸는데

좀처럼 차례가 오지 않아 시무룩해진 키읔들을 불러 모으니

크크크 웃음꽃이 마침표를 찍는다


"됐다, 오늘도 브런치에 올릴 시가 완성 됐어

자, 기념사진 찍는다, 다들 웃어,

브런치~"


그녀는 이런 생활을 한 지 1년 8개월이 됐다







저녁은 올빼미형이고 아침은 종달새형인 것이 저의 수면 패턴입니다.

건강 유튜브를 즐겨 보는데, 중요한 질병들은 대개 수면 부족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합니다. 잠이 부족하면 수면 중에 나쁜 물질을 걸러내고 정상 세포를 회복시키는 기능이 퇴화되어 암, 치매, 심장질환 등에 취약해진다고 합니다.


아침밥은 늘 같은 시간에 차리기 때문에 일찍 일어날 수밖에 없지만 자는 시간은 자유롭기에 젊어서부터 그랬듯 12시를 넘어서야 자곤 합니다.


수면 시간은 7~8 시간이 적당하다고 하지요. 물론 수면의 질이 좋아야 하지만 그렇더라도 이 정도의 시간은 확보해야 질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저는 수면 시간 확보가 시급한 것 같습니다. 늘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12시를 넘기기 일쑤입니다.

베개에 머리를 대면 곧바로 곯아떨어는 것이 조금 위안이 되기도 지만 그렇다고 수면 시간을 보상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어떤 날은 너무 힘들어 낮에 잠깐 눈을 붙이려다가도 해야 할 일들이 자꾸만 떠올라 눈이 번쩍 뜨입니다. 브런치 글 발행도 그중의 한 가지 일이지요.

오전에 잠시 기대어 눈을 감고 있는데 동그라미, 네모 같은 글자들이 맴돌았습니다. 오늘은 그것을 시상으로 시를 써 보았습니다.


그리고 쓰면서 세어 봤는데 오늘이 브런치 시작한 지 딱 1년 8개월 된 날입니다.

작년 3월 11일에 첫 글을 썼습니다.

매주 1회씩 발행하다 보니 발행 개수가 많지는 않지만 글쓰기를 놓지 않고 꾸준히 쓴다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우리 한글이 외국인들 눈에 참 독특해 보인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동그라미가 많아 귀엽고 호감이 간다고 합니다.

글을 쓰는 일은 이 예쁜 글자들과 더 친해지고 좋은 글을 만들 수 있다는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 같습니다. 자신만의 글의 세계가 굳건히 다져지면 좋겠습니다.




내일 수능 치르는 수험생들, 학부모님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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