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우면 등허리가 뜨듯해 일어나기 싫던
엄마의 온돌방이 빈방 되던 날
하늘이 무겁게 내려앉은 그날에도
민들레는 홀씨를 날려 보내고 있었다
엄마가 떠나고 나는
텅 빈 세상을 홀씨처럼 날아다니며
어디에든 마음을 붙여보기로 했다
오랜 집을 떠나 이사 온 새 보금자리
일찌감치 동창으로 찾아드는 햇살은
내가 좋아하는 풍경화 속 시냇물에
반짝이는 금빛 물결을 더 이상 만들지는 않지만
침대 끝에 걸터앉아 또 하루를 깨우고
내 발에 그림자를 신겨주며 분주히 나를 따라다닌다
가을이면 낙엽수들이 깔아 놓는
옛 동네의 비단길 만큼은 아니어도
마을 어귀마다 묵직이 서있는
단풍나무의 가을 노래를 들으며
징검다리처럼 띄엄띄엄 흘려 놓은 낙엽을
사뿐히 밟고 건너가며 나는 즐거워한다
익숙함과 멀어졌을 땐 낯섦과 친해져야 한다
도망가지 않고 뒤돌아서 한발 다가가 본다
멀어지고 멀어져서
외로움의 가지 끝에 찔리지 않게
낯섦과도 친구가 될 수 있어야 한다
벚나무 단풍잎이 고개를 끄덕인다
가을 바람을 살랑살랑 일으키면서
이사온 동네와 친해지려고 노력한다.
아니, 벌써 나는 이곳 주민이 되어 이웃들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길을 걷는다.
어제는 외부인이 주민센터 가는 길을 물었다.
이사오면 제일 먼저 가는 공공기관이 주민센터이고 전입신고를 비롯해서 많은 민원 업무가 이루어지는 곳이기에 하필, 마침, 내가 제일 잘 아는 길을 물은 것이다.
아주 자연스럽게 그의 눈에 나는 영락없는 이곳 원주민이 되었다.
크지 않은 동네지만 슈퍼, 빵집, 잡화점 등을 둘러보며 자주 돌아다닌다.
때로는 작은 공원에서 주민 축제를 연다.
가수들이 초대되기도 하고 갈비, 전, 떡볶이 등 푸짐한 먹거리들이 제공되기도 한다. 이사온 지 두 달이 안 됐는데 벌써 축제가 두 번 열렸다.
아무튼 사랑스런 동네이다.
이곳에 정착할 계획은 없다 해도.
동네를 다니며 찍은 사진 몇 장을 올려 본다.
내가 그의 이름을 검색했을 때 그는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프렌치 메리골드인 듯하다 알쏭하다
칸나
아파트를 수놓은 가을
냥이는 칼퇴근 중
하늘의 문을 여소서
가을이 소복이 내린 초소
주인을 찾습니다
계단을 오른다
계단 오르기는 공짜 운동기구란다
나는 8층까지 매일 한번 이상 계단을 오른다
계단 창문을 열고 바라본 뜻밖의 뷰.
남산 타워와 보름달, 그리고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구름. 11월 5일 오후 5시 30분
(우연히 안 사실은 이 날 보름달이 6년만의 슈퍼문이었다고 한다. 슈퍼문은 달이 지구에 가장 근접했을 때의 보름달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