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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도서관

포도송이 X 인자 작가님의 책을 읽고

by 고운로 그 아이


삶은, 내 안의 것을 누군가에게 꺼내 주며 즐거워하는 일이다.
-도서관




어느 날 요정이 도서관을 삶겠다고 했어.

"왜 나를 삶아요?"

찾아오는 사람이 하루에 열 명 남짓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삶아버릴 것까지는 없지 않냐며 도서관은 강력하게 항의했어.

그러거나 말거나 요정은 비쩍 마른 도서관을 번쩍 들어 집채만 한 가마솥에다가 넣어버렸지.

도서관은 눈을 질끈 감았어.

체념하니 오히려 뜨거운 물이 따뜻하게 느껴졌어.


문이 삐걱 열리는 소리에 눈을 떴어.

말랑말랑한 바닥에 올려진 도서관은

디스코팡팡을 탄 것처럼 이리저리 굴러다니다

깜깜한 동굴 속으로 빨려 들어갔어.


"삶은 도서관 너무 맛있단 말야."

사람 소리가 울렸어.

"이곳은 사람 몸 속이구나, 나를 먹은 거야."

도서관이 떨어진 곳은 위장 속.

바로 옆을 보니 사람이 금 삼킨 듯한 책 하나가 반쯤 잠겨 있었어.

"삶은 도서관?"

절망 속에 갇혔지만 어느새 도서관은 반신욕을 즐기며 책을 펼쳐 읽고 있었어.


도서관 공무직인 중년의 유쾌한 '인자 작가'가 쓴 이야기어.

인자 씨는 요즘 들어 청력이 떨어져서 자주 실수를 한대. 젓가락 달인을 젓가락 살인으로 잘못 알아들어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해.

코딱지 얘기가 나왔을 때 도서관은 동네 개구쟁이들이 생각나 껄껄 웃었어.

"이 세상 개구쟁이들은 다 똑같다니까."

하면서 말이지.


신기한 일이 일어났어.

우스운 이야기를 소리 내 읽으니 사람의 몸이 덩달아 반응하는 거야.

간과, 소장, 췌장에서는 소화액이 뿜어져 나와 분수쇼 벌어지고

심장은 잔뜩 흥이 오른 드럼 주자가 되어 탐탐을 두기고 있었어.

도서관은 윌리 웡카가 된 것 마냥 신이 났어.

자신으로 인해 마법의 세상이 펼쳐졌으니까 말이야.


추억의 서가에 이르렀을 때 인자 씨는 아빠 이야기를 들려주었어.

일곱 살 때 그녀는 짜장면이 먹고 싶어 무작정 아빠의 근무지로 찾아갔대.

그 작은 몸으로 차들이 쌩쌩 달리는 큰 신작로를 두 개씩이나 건너가면서.

그날 먹은 짜장면은 평생 을 수가 없었어.


'아버지와 짜장면을 먹다 보면 눈이 부시다.

짜장면 위에서 반짝이는 기름이, 젊은 날 도시 노동자였던 아버지가 말없이 삼켰을 고단한 슬픔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도서관은 아빠의 아름드리나무 그늘이 생각나 눈물을 흘렸어.

그때, 사람도 흐느끼고 있다는 걸 알았어.

젖은 낙엽처럼 길바닥에 붙어 떨어지지 않던 슬픔과 아픔이, 끈질기게 매달 마지막 잎새 같은 원망의 마음이

눈물의 폭포수에 씻겨 내려가고 있었어.


'사람들은 내 몸에서 이토록 즐겁고 감동적인 것을 가져갔구나.

이제 나는 하늘나라로 가겠지만 난 행복해.

살면서 이렇게 좋은 일을 했다는 걸 알았으니까.'


삶은, 도서관 같다고 생각했어.

제 안의 것을 누군가에게 꺼내주며 즐거워하는 것이니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선한 불씨가 다른 사람에게 옮겨 붙으면

희망의 불꽃이 일어날 테니까.


도서관은 비로소 웃으며 눈을 감을 수 있었어.

'삶은 도서관' 책을 가슴에 꼬옥 끌어안고, 그렇게 서서히 가라앉았어.




덜컹 덜컹......

요정은 보수공사를 마친 도서관을 수레에 싣고

언덕길을 오르고 있었어.

태양은 눈부시고 수레는 묵직했.

한결 튼튼해진 도서관을 루빨리 제자리에 되돌려 기 위해

요정 뾰족한 구두코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어.








포도송이x인자 작가님이 단독 수필집

'삶은 도서관'을 출간하였습니다.

경기도에서는 해마다 '경기히든작가' 공모전을 열어 숨은 작가를 발굴하는데요, 인자 작가님이 2025년 수필 분야 경기히든작가로 선정된 것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가 늘 읽어왔던 포도송이, 인자 작가님의 글은 재미, 의미, 웃음, 감동을 고루 버무린 종합 선물세트 같은 글이었습니다. 다 보면 웃음과 눈물이, 가슴 찡한 감동이 물밀듯 밀려옵니다.

'삶은 도서관'을 읽고 제가 느낀 감정, 생각을 저만의 방식으로 표현해 보았습니다. 마침 시 발행일이기도 하구요.


이 책 '삶은 도서관'이 많은 독자들에게 인생 도서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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