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이 투명한 하늘을 끌어내리고
멈춘 듯 느리게 흘러갈 때
나는 벨소리를 기다립니다
붉게 빛나는 반지를 기다립니다
창밖에 내다보이는 서강대교의 주황빛 아치가
유리처럼 말개진 강물 위에 비치면
손을 맞잡은 두 개의 아치는
한 개의 붉은 반지가 되지요
물살 속에 사라졌던 절반의 반지가
다시 홀연히 나타난 날엔
세상이 고요하여
강물 위로 흐르던 시간도 멈추고
날던 새도 정적 속에 갇혀 버립니다
물이 잔잔해야 보이는 신비한 링
맑을수록 테두리는 또렷해지고
당신의 마음도 조급하지 않게 물결 가장자리로 흐르다가
모든 별을 품고 있는 청아한 밤하늘이 되어
내게 다가와 주면 좋겠습니다
사랑은 보석상자에 반쯤 꽂아 둔 반지
희뿌연 가식이 가라앉고 진실이 잔잔히 흐를 때
비로소 가려진 반쪽을 마저 꺼내어
그의 손가락에 끼워 줄 수 있는 것
나는 환희의 벨소리를 들을 겁니다
반쪽의 두 링이 서로 손을 맞잡게 될 때
서강대교의 오렌지빛 아치가
물에 비친 아치를 만나
끝내 하나의 원을 이루게 될 그때에
RING
고리, 반지 / 종소리, 전화벨, 울리다, 전화하다
창밖 멀리 한강과 서강대교가 보인다.
확 트인 한강뷰가 아니고 건물들에 가려서 극히 일부만 보이는 것이기는 하다.
설거지를 하며 물멍을 할 수 있는 점은 이 집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몇 년 뒤 다시 이사를 가겠지만, 부엌에 갇힌 듯한 느낌을 싫어하는 나는 부엌 창문을 통해 멀리 있는 강을 바라보는 것이 소소한 즐거움이다.
단 한 번 서강대교의 오렌지빛 아치가 강물에 비친 적이 있다. 놓치고 지나간 날들이 많을지 모르지만, 그동안 딱 한 번 본 것이 전부이다.
그때 사진을 찍어 놓지 않은 것이 후회되곤 했다. 다시 못 볼 수도 있는 희귀한 광경이었을 수도 있었기 때문에.
그런데 바로 그 광경을 어제 아침에 발견하고는 서둘러 사진을 찍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비칠지 모르겠지만 내 눈에는 보석반지처럼 신비롭기만 하다.
이 알 듯 모를 듯한 시를 써야 할 만큼.
서강대교는 영등포구와 마포구를 잇는 한강대교이다.
한강 다리 중에서 서강대교는 아름다운 아치교로 많이 알려져 있다.
다리에서 아치구조물은 미학적으로도 큰 몫을 하지만 교량의 압축력을 받아 하중을 지지하는 안전상의 중요한 기능을 책임지고 있다 한다.
아치가 물에 비치기 위해서는 물이 맑고 잔잔해야 하고, 비나 바람 등이 물 표면을 흔들지 말아야 하는 등의 조건이 충족 되어야 한다.
햇빛이 없어도 수면이 고요하다면 물체가 반사되는 데는 문제 없다.
어제 줌인하여 찍은 사진
오늘은 안개가 자욱하니 아치가 비치지 않는다
맑아도 안 비치는 날이 있고
흐려도 비치는 날이 있다
여러 뷰. 출처는 네이버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