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산, 뒷산은 봄을 기다리네
겨우내 입고 있던 솜저고리, 누비옷,
산머리에 눌러쓴 조바위도 답답하네
아직도 허리춤에는 소소리바람
질끈 동여매고서
움츠렸던 산들의 몸이 근질근질해
얼어 튼 얼굴이 발그레 상기되었네
햇살이 머리 위에서 춤추면
솜털모자 벗어던지고 곱게 빗어
오솔길 닮은 가르마도 타 보고 싶다 하네
길게 누운 산그림자 깨워 일으킨다
봄이 어디쯤 왔는지 마중가라고
뒷산의 느긋한 개똥지빠귀는
봄을 부르지 않고 숨바꼭질만 하지
먼산이 연둣빛 속적삼을 입었네
봄, 봄이 드디어 왔네
앞산, 뒷산 아지랑이 벌떡 일어난다
봄 이슬 머금고 촉촉해진 나뭇결
놀라 잠 깬 다람쥐, 능선을 간지럽혀
산이 웃는다, 꽃망울이 터진다
여기저기에서 활짝
꽃 피는 소리가 산골짝에 흐른다
봄 산은 솜 두루마기 훌훌 벗고
꽃 저고리 지어다가 새 단장을 하네
산머리에 알록달록 나비 핀 꽂고서
사람들을 부르려고
봄바람에 마음 실어 저만치 앞세우네
설 명절 잘 보내셨나요?
이 시에서
'봄산은 솜 두루마기 훌훌 벗고
꽃 저고리 지어다가 새 단장을 하네'
이 부분은 2년 전에 모 글판 공모전에 제출하여 가작을 받은 구절입니다. 좀 아쉬웠지만요.
글판은 25자~30자 정도의 짧은 시를 짓는 것이죠.
이 구절을 이용해서 언젠가는 시를 지어 봐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전문(全文) 느낌으로 시를 완성해 보았습니다.
명절 이야기로 돌아가 봅니다.
저는 며칠 바빴고 며칠 쉬었습니다.
지인들에게 물어보면 확실히 차례와 제사를 많이 없애는 분위기입니다.
2008년에 제사를 가져와서 18년째 지내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해마다 제사 두 번에 차례 두 번, 윗대 제사를 좀 정리해서 올해부터는 모두 세 번이 되겠네요.
음식을 간소화하기는 했습니다.
집에 있는 가장 큰 냄비에도 다 안 들어가던 큰 생선은 손바닥만 한 조기 몇 마리로 바꾸었구요. 전도 생략하고 두부부침으로 대체했습니다. 그 외 나물은 홀수로 한 가지나 세 가지를 합니다.
그것 외의 음식은 없앨 게 없더군요. 밥을 없애기도, 탕을 없애기도, 과일을 없애기도 애매하지요.
제사를 없애는 것은 거의 모든 주부들의 바람일 것입니다.
하지만 조상을 섬김으로써 그 후손이 복을 받는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제사를 지내고 말고는 선택의 상황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사를 종교적 시각으로 터부시하기보다 개인의 믿음으로 존중하고 불만을 갖지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제 신앙도 존중받고 있기 때문에 타인의 믿음도 존중하겠다는 결심일 뿐입니다.
조상신을 숭배하는 신앙으로 보기보다 예를 갖추고 복을 기원하는 인간적인 행위로 받아들이는 것이죠.
기독교인들은 제사를 지내지 않지요. 그리고 제게 왜 제사를 없애지 않는지 묻곤 합니다.
하지만 저는 제사 문제로 가족이 옥신각신하는 것보다 공존하는 평화를 택했을 뿐입니다.
각자의 자리에는 짊어져야 하는 것들이 있죠. 조금씩 다른 형태의 것이겠지만, 내려놓을 수 없다면 마음이라도 가벼웠으면 합니다.
(대문사진 :
인천광역시 의사협회 이광래 회장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