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물병을 꺼내볼 수 있다면, 무슨 색으로 채워져 있을까 궁금해지곤 합니다. 저마다의 순수(純粹)로 채운 투명한 병은 누구 하나 똑같은 빛깔 없이 개성을 뽐내며 찰랑거리죠. 어떤 색으로 채울지는 온전히 각자의 몫입니다. 그렇다면, 가능하면 예쁘게 채워졌으면 좋겠어요. 언젠가 남들 앞에서 자랑스럽게 꺼내볼 수 있게요.
한 음료 회사에서 이벤트를 했습니다. G-DRAGON을 모티프로 개발한 음료를 주문하면, 랜덤 포토 카드를 주는 이벤트였어요. 매장 앞을 지나가다가 이벤트를 알게 되었고, 음료를 주문하고 기다리면서 아내와 만담을 했습니다.
"여보, 난 어떤 카드가 나와도 좋아요. 액자 하나 사서 소중히 간직할래요."
"집에 걸어 놓을 데 없으니까 당신이 알아서 해요..."
이런 대화가 좀 인상 깊었는지, 직원은 혼자서 뒤돌아 끅끅대다가 포토카드를 세 장이나 주더라고요. 음료 한 잔에 카드 한 장일 텐데, 40대 아저씨가 남자 가수 덕질을 하는 게 재밌었나 봅니다. 전 그러거나 말거나 기쁜 마음으로 카드를 받아 왔어요.
참 순수하게 산다고 느껴지는 사람이 있어요. 제 눈에는 GD가 그렇게 보였고요. 앨범을 듣거나 예능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정말 음악밖에 모르는 바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GD 마음속의 물병을 꺼내 보면, 다양하게 시도하는 음악처럼 다양한 물감이 그러데이션으로 채워져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가진 물병엔 어떤 색이 채워져 있을까...
어린 시절부터 한 가지 결로 순수를 채우는 건 당연히 쉽지 않습니다. 맑고 투명하게 태어난 마음속 물병은 한 방울씩 색을 채우기도 하고 채워지기도 해요. 지금까지 전 하루하루 채워지는 대로 살았던 건 아닐까 싶습니다. 본인만의 순수가 분명한 사람들이 달리 보이거든요. 그렇기에 더 선명한 색을 채우고 싶어요.
언젠가 저만의 색으로 순수를 채우게 된다면, 가장 좋아하는 색인 붉은 빛이었으면 합니다. 뜨거움, 열정, 강렬함, 뭐 이런 이미지가 떠오르겠지만, 사실은 그냥 붉은 색이 취향이라 그래요. 요즘 왠지 무기력하게 색깔 없이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 GD의 순수함이 부러워집니다.
보고 있나, G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