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글쓰기가 돈이 될 때도 있습니다. 진짜...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말이에요.
어린 여아에겐 꿈과 희망을 안겨 주고, 부모에겐 빚과 절망을 안겨 주는 만화영화가 있습니다. 일명 파산핑이라 불리는, 캐치! 티니핑 시리즈, 들어보신 적 있지요? 매일 아침마다 원하는 티니핑이 바뀌는 보리를 보며 오늘도 생각합니다. 이젠 포켓몬이 전부가 아니란 걸요.
최근, 캐치! 티니핑 시리즈의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었습니다. 역시나 홍보를 위해, 제작사에서는 본방 사수 이벤트를 열었고요. 전 딱히 SNS를 하지 않다 보니 이런 정보에 어두운 편이었는데, 아내 덕분에 알게 되었습니다.
이벤트 참가 조건과 경품은 이랬습니다.
1. 본방 도중 화면 오른쪽 아래 보이는
배너 사진을 찍어 본인 SNS에 게시할 것
2. #티니핑둥둥배너, #프린세스티니핑
태그를 붙일 것(반드시)
3. 당첨자 20명에게 랜덤 피규어 증정
보리는 시리즈 예고편을 보고 이미 마음에 든 티니핑(슈슈핑)을 점찍어 두었기에 첫 방송날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 이벤트에 참가해 보기로 결정하고 여기에다가 미천한 글재주를 활용해 보기로 했어요. 되면 좋고 안 돼도 그만이니까요.
며칠 뒤, 대망의 프린세스 캐치! 티니핑의 첫 화가 방영되는 날, 이벤트에 참가했습니다.
SNS의 특성에 맞게 어절로 문장을 나눠 가독성을 높이고, 군더더기 표현이나 말을 정리해 게시글을 올려두었습니다. 그러고는, 그대로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운'이 걸린 이벤트 따위 저와 인연이 없다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며칠 뒤, 예상치 못한 다이렉트 메시지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게 웬일일까요? 당첨이 되었습니다!! 사칭 계정 아닌가 싶어 몇 번을 확인했는데, 진짜더라고요. 그래서 이 기쁜 소식을 아내에게 먼저 알려주고, 퇴근 후 보리에게도 이야기해 줬습니다. 정말 좋아하더군요. 보리에게 어떤 티니핑을 받았으면 좋겠냐고 물어보니 찰나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대답합니다.
"슈슈핑!!"
네. 이제부턴 정말로 운의 영역입니다. 그래서 전 운을 조금이라도 높여보고 싶어서 또 한 번 비루하게 손가락을 놀렸습니다. 슈슈핑을 아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간결하게 표현을 했지요.
그런데, 보리의 폐가 독한 바이러스에게 붙잡혀 버리는 바람에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입원까지 할 정도로 아팠던 적은 없었는데, 하루 이틀도 아니고 무려 1주일을 병원에 있어야 했어요. 결국 보리는 엄마와 둘이 지내고, 전 병원과 집, 사무실을 오가며 바쁘게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첨된 피규어의 존재는 까맣게 잊은 채로요.
그렇게 며칠 뒤, 이런저런 생필품을 챙기러 집에 잠시 들렀는데, 뜬금없이 택배가 와 있는 겁니다. 갑자기 잊어버렸던 이벤트가 생각났고, 다른 건 제쳐두고 배송된 물건부터 열어봤습니다. 보리의 바람이 이루어졌을까 싶은 마음에요.
그냥 랜덤으로 포장하다가 정말로 '운 좋게' 슈슈핑이 걸린 건지, 아니면 담당자의 재량이 발휘된 건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경품이 랜덤이라도 포장은 사람이 하기에, 작은 바람을 이루어 주신 거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 덕분에, 파산핑에게 잡아먹히기 전 숨을 고를 수 있었습니다.
SAMG 엔터테인먼트 관계자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보리에게 정말 좋은 선물이 되었어요. 앞으로도 꾸준히 정주행 하겠습니다. 인형도 하나 정도는 더 살게요. 부디 티니핑 번식에 성공해 시리즈가 영원했으면 좋겠습니다. 또 한 가지, 하트로즈 빵집을 팝업 스토어 형식으로 열어주셔도 좋을 것 같네요. 점장은 당연히 사라언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