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사소하게 뱉은 말 한마디, 습관처럼 한 행동이 아이에게 전달되곤 해요. 그리고, 그 모래알 같은 파편은 자녀의 몸에 남아 점점 자신만의 형태로 만들어 갑니다. 좋은 습관, 나쁜 습관, 이상한 습관이든 말이에요.
아내에겐 참 재미난 습관이 있습니다. 요즘 같은 계절엔 집안에서도 양말을 신고 지내는데, 잠을 자거나 외출하려고 양말을 벗을 땐 꼭 자리를 정해놓지 않는... 그런 이유를 알 수 없는 습관 말이에요. 어느 날은 화장실 앞, 또 다른 날엔 옷장이나 화장대 옆을 차지하곤 해요. 웃긴 건, '아무 데나 벗어둔' 건 또 아니라는 겁니다. 벗어둔 허물을 제가 발견해 치우면, 그걸 또 찾아요.
"여보, 왜 양말을 항상 이렇게 벗어두나요?"
"나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언제부턴지 습관이 그렇게 들었나 봐요."
섬세한 성격의 아내와 어울리지 않았지만, 별로 대수롭지 않았습니다. 딱히 나쁜 습관이란 생각도 들지 않았어요. 퇴근 무렵엔 오늘은 어디에다 존재감을 남겼을지 상상해 보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집에 돌아오면, 어딘가에 벗어 둔 양말을 찾아내는 일과는, 결혼 직후부터 보리가 태어난 뒤에도 계속 이어졌어요.
그리고 보리가 꽤 자란 지금, 이제 허물은 두 개가 되었습니다.
아빠와 비슷한 외모로 밑그림이 그려져 태어난 보리는, 이제 혼자서 크레용을 쥐고 스케치된 그림을 색칠해 가고 있습니다. 하필, 그 시작이 엄마의 탈피 습관이란 게 마음에 걸렸지만요. 엄마를 닮아 세심한 성격인 보리라, 습관까지 금방 받아들인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큰 허물과 작은 허물, 역시 모녀답네요. 아내의 소프트웨어가 복사되었습니다.
그런 아내의 성격은, 장모님께서 물려주신 게 분명했습니다. 꼼꼼하고-양말 이슈를 제외하면-, 예민하고, 머리가 자주 아프곤 하는 것까지 말이에요. 그래서 장모님과 아내, 보리까지 셋이 함께 있으면,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가족인 걸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다만, 제 소프트웨어의 흔적이 아직 보이지 않는 건 조금 서운한 기분입니다. 적어도 제 외모를 가지고 태어난 만큼 속도 조금은 닮아 줬으면 싶은 생각은 들거든요.
어쩌면 제가 갖고 있는 무언가도 닮아 가고 있기는 할 겁니다. 그게 뭔지는 아직 모르지만요. 보리를 세심하게 돌보다 보면, 작은 아이의 행동에서 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는 조금 더 시간을 들여 저 자신을 돌아봐야겠어요. 전해주면 안 될 것들이, 적어도 아이와 함께할 때만큼은, 보이지 않았으면 합니다. 제 행동, 습관 중 남겨줄 만한 좋은 것들을 많이 찾아냈으면 좋겠습니다.
매일 찾아내는 요상한 허물 같은 거 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