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이북 리더기를 자주 쓰는 편입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공간부족- 때문에 종이책으로 소장하던 책들도 이북으로 다시 구매해 저장을 해 두고 있을 정도로요. 다양한 크기의 리더기나 태블릿도 사용해 봤습니다. 참 편리한 세상이에요. 수 만 권의 책을 손바닥 만한 기기 안에 가지고 다닐 수 있다는 건요. 글자 크기도 원하는 대로 조절 가능하고, 컬러 사진도 구현이 됩니다. 한 손에 도서관의 서고가 전부 들어있다는 건 정말 매력적입니다.
그렇지만 종이책만의 장점도 분명하죠. 책장을 넘기는 소리, 세월의 흔적과 책 주인의 손때는 종이책만의 매력입니다. 예쁜 책갈피도 얼마나 많은데요. 아날로의 감성은 여전히 독보적인 장점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제가 활동하는 이북 리더기 사용자 모임엔 종이책과 이북 리더기를 병용하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종이책도 읽고, 이북 리더기도 사용합니다. 각자의 장점이 있어요.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습니다.
출근길 전철에서 오늘도 이북 리더기를 꺼내 책을 읽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아날로그를 '대체'하는 게 디지털 기기의 존재 의의일까? 꼭 뭔가를 바꾸기만 해야 하는 게 맞는 걸까? 잠시 이북 리더기를 '덮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이 1990년대였다면 지금 이 의문이 발칙한 상상이었을 겁니다. 이 시기엔 종이가 사라진 사무실, 3.5인치 디스켓 한 장에 저장된 백과사전 같은 미래를 사람들이 꿈꾸고 있었죠. 그렇지만, 30년이 지났는데 변한 게 있었나요? 여전히 종이책은 건재합니다. 변한 건 없어요.
이북 리더기나 태블릿 같은 기기가 아무리 발전을 해도 종이책은 없어지지 않을 겁니다. 종이책이든 이북 리더기든 각자의 매력이 있는데 굳이 대체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종이책의 손맛과 감성은 매체가 종이기 때문에 가능한 거 아닐까 싶어요. 이북 리더기의 편리함 역시 마찬가지고요.
그렇지만 아이들이 공부하는 매체에 한해서는 아날로그 방식을 좀 고수했으면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태블릿의 백라이트에서 나오는 빛은 아무래도 눈에 좋지 않잖아요.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쥐어 주는 순간은 최대한 늦게 왔으면 싶습니다.
종이 없는 회의다 뭐다 해서 매일 시달리다 보니 이런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냥 회의 빈도를 줄이면 간단히 해결될 일을 가지고 말이죠...
여기까지 써 놓고 보니 오늘 글엔 깨달음이란 고급스러운 단어가 붙을 만한 순간이 없네요. 매일매일이 새로울 수는 없다는 것도 나름 깨달음일까요? 이렇게 또 한 가지 알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