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만화책이나 봅시다
인간 그 자체를 탐구하는 학문이 인문학이다. 인공지능의 능력이 강해짐에 따라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참된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인문학 공부가 필수라고 한다. 인문학적 소양과 IT 기술을 가진 인재를 최고의 인재라고 하지 않던가. 정말 인문학을 공부하면 인생의 진리를 깨달을 수 있을까?
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하고, 다양한 인문학 서적을 읽으며 느낀 점이 많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건 딱 한가지다. 삶의 위기가 오기 전까지 인문학책을 읽을 생각하지 않는게 좋다. 위기의 그 순간에 책을 꺼내길 바란다. 인생이 무난하게 흘러가고 있을 때 인문학책을 가까이 하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다. 오히려 당신을 불안과 우울의 늪에 빠지게 만들 것이다. 인문학은 행복으로 가는 만능 열쇠 같은게 아니기 때문이다. 니체, 쇼펜하우어, 헤밍웨이,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다자이 오사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인류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철학가와 작가들이다. 이들의 유년시절과 말년은 아름답지 않았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자들도 많다. 인문학의 대가라 불리울 수 있는 그들은 왜 행복하게 살지 못했을까? 나는 그들이 생각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해 비극적인 결말이 맞이했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본질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생각할수록 엄청난 우울감을 느꼈을 것이다. 운명과 시대의 흐름에 저항할 수 없는 인간의 무력함, 기만과 사기 그리고 아첨에 휘둘리는 인간의 감정들. 이 모든 것들이 그들을 괴롭게 만들었다.
생각해보면 내 주변에 행복하게 사는 친구들은 인문학을 가까이하지 않는 친구들이 많다. 물론 표면적으로 행복해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내 앞에서 행복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은 인문학에서 행복의 길을 찾지 않았다. 오랫동안 해오던 일, 사랑하는 사람, 자신의 재능에서 행복을 찾았다. 책을 가까이 하지 않았고, 책이 알려주지 않는 진리를 깨달은 것이다. 그러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 내가 인문학을 가까이 했던 이유는, 내 생각만이 가득 어우러지는 세상에 살고 싶어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현실에서 도피할 수 있는, 나만의 사유가 전부인 그런 세상을 바랬던 건 아닐까. '
현실을 제대로 살고 싶어서 인문학을 가까이 한게 아니라, 만족스럽지 않은 현실의 대체재로 고상한 책을 선택한 건 아니었을까... 물론 인문학에 대한 탐구가 인생에 도움이 될 때도 많았다. 힘들었던 시기에 용기를 불어넣어준 글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하지만 가끔씩 찾아오는 우울, 허망, 회의는 인문학에 대한 탐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렇기에 당신에게 간절히 당부하고 싶다.
인문학이 당신을 부르기 전까지 절대로 먼저 찾아가지 말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