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쉬는 30대 1인 가구의 소박한 한 끼
출근하던 때에는 아침식사를 먹은 날이 거의 없었다. 항상 아침밥을 대신하는 건 커피 한 잔이었을 뿐.
매일 새벽 회사에 가기 위해 겨우 몸을 일으키며 되뇌었던 말이다.
휴직을 하고 보름 정도는 정오가 될 때까지 잠만 잤던 것 같다. 잠이 오지 않아도 마냥 이불을 덮고 침대 양 끝을 뒹굴거리며 포근한 자유를 질릴 때까지 누리다가 일어나곤 했다.
사회 초년생 때부터 10년 이상 독립해 살아왔었고 나름 음식을 직접 해먹는 걸 좋아했었던 나였는데, 번아웃이 온 상태로 2~3년 동안은 반찬도, 야식도 배달음식으로 때워왔기에 뭔가를 막상 만들어 먹으려니 끓이는 것도 칼질하는 것도 모든 것이 생소했다.
제일 만만했던 스크램블 에그로 시작해서, 점점 먹고 싶은 걸 직접 재료를 손질해 만들어 먹다보니 이것도 꽤 재밌다고 느껴졌다. 평범한 식사지만 음식을 만들 때 이것저것을 조합하며 즐기는 내 모습에서 일상의 활기가 살아났음을 알 수 있었다.
냉장고에 있는 야채와 식재료를 가지고 어떤 날은 다이어트식을 만들기도 하고, 어떤 날은 배달음식을 흉내 내기도 했다. 오른쪽의 마라샹궈는 소스만 있다면 사 먹는 가격의 4분의 1도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나서, 내가 그동안 얼마나 배달음식에 많은 소비를 했던 것인가 하고 무릎이 탁 쳐지기도 했다.
정월 대보름 기분을 내보겠다고 말린 나물을 물에 불리고 쥐어짜고, 간을 하고, 볶으면서, '내 손으로 뭔가를 만들어 먹을 만큼의 마음의 여유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를 되새겼었다. 그리고 쉴 때만 이렇게 여유로울 것이 아니라 '삼시세끼를 챙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스스로를 돌보고 가꾸면서 살자'라고 다짐했다.
예전에는 퇴근하고 밤늦게 집에 도착해 뇌가 시키는 대로 매운 컵라면 아니면 김치만두 한가득을 맥주와 곁들여 먹고 잠을 청했었다. 스트레스를 푼답시고 한 행동이었지만 돌이켜보니 최악의 습관이었던 것 같다. 이러니 다음 날 몸이 더 무거웠던 건 당연한 일이고, 불면증과 스트레스 간의 악순환이 반복되었을 수밖에.
지금은 냉장고에 이것저것 있는 재료를 가지고 레시피에 구애받지 않고 맛있으면 있는 대로, 싱거우면 또 싱거운 대로 한 끼 한 끼를 만들어 먹으며 살아간다.
음식을 만들면서 배만 채우는 게 아니라, 내 마음더러 괜찮다고 토닥이고 얼러주고는 한다. 계속 계속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자. 지금도, 나중에도 다 괜찮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