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 감성 4회 | 나의 음악 큐레이션 3화 Apple Music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어쩌면 그중에서도 가장 남기고 싶었던 글의 주제는 클래식.
어렸을 적부터 민감한 힙쟁이는 아닌 취향을 가졌다고 생각해 왔던 나였고, 그 중심엔 클래식이 있었으니…! 나의 이 넘쳐나는 클래식에 대한 (지식적으로 얕지만^.^) 깊고 다양한 애정의 플러팅을 남발할 곳이 부족했던 것.
하지만 브런치라면 또래들 사이에선 마이너한 취향을 여기서는, 고스란히 받아줄 수 있을 것 같았달까.
클래식엔 원곡자가 없다.
그 말은 작품에 다가갈 때 가장 빠른 직선의 길을 정의할 수 없다는 것.
내가 클래식에 사랑에 빠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이게 아닐까. 큰 작품을 해석하는 수없이 많은 아티스트들이 존재하고, 그중에 원곡자는 없다는 것. 우리 모두는 작곡가의 의도를 정확히 알 수 없고 정답이 없는 세계에서 연주의 옳고 그름은 없다. 그저 나의 취향을 찾으면 되고 나의 취향은 메이저/마이너로 정의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나는 어쩌면 한 곳을 향해 가장 빠르고 정답이라고 알려진 길을 가는데 지쳤는지도 모르겠다. 하나의 정답을 제외하고는 비효율적인 길이라던가 오답이 가득한 세상이 아닌 모두가 정답일 수 있는 분위기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다른 장르의 음악을 들을 때면 ‘역시 원곡자만 못하다’라는 말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에 가끔 아쉬움을 느낀다.
아니다. 어쩌면 내가 가장 그렇게 느끼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게 살지 않으려는 나의 본능일 수도 (원곡자 최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 하늘이 새의 길이듯 삶이 모두 나의 길이라는 박노해 시인의 시처럼 모든 연주자가 만들어내는 음악이 온통 우리 모두의 길이 되었으면 좋겠다.
애플 뮤직은 돌아다보면 이러한 저러한 이유로 생겨버린 클래식에 대한 나의 취향을 정확히 저격했다. 애플 뮤직 Classical 에선 같은 곡을 연주한 수백 가지의 버전을 들어볼 수 있기 때문에.
오늘 같은 기분엔 어떤 해석을 듣고 싶은지? 오늘의 나는 일상의 나는 남들과 함께 걷고 뛸 수 있는 날인지? 혼자 유유자적 걷고 싶은 날인지에 따라 정답 없는 수만 가지의 선택지에 기분 좋게 뛰어들 수 있는 것.
게다가 운이 좋게도 이제는 함께할 수 없는 원곡자들의 해석이 담긴 과거의 연주로 현재를 만들어 나갈 수도 있다.
그렇게 나는 오늘의 일요일 아침은 라흐마니노프의 녹음 버전으로 시작해보려 한다. 모두 나의 취향으로 만드는 또 하나의 길을 그릴 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