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 감성 3회 | 나의 음악 큐레이션 2화 유튜브 뮤직
오늘 아침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눈을 뜨고 손을 더듬어 스피커의 전원을 켰다. 첫 글을 썼던 때와 다르게 방 구조를 바꿔서 손을 뻗을 수 있는 자리에 스피커를 두었고, 이젠 눈을 감은 채로 촉감으로 음악을 켤 수 있다. 그러고는 처음으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는다.
나의 아침을 시작할 수 있게 해주는 음악은 어제의 내가 남겨놓은 잔상이기도 하고, 최근의 나의 삶이 만들어 놓은 기분이기도 하다. 내가 주로 듣게 되는 음악은 높은 확률로 나 자신보다 나의 기분을 잘 파악하고 있고 나의 최근 관심사를, 그리고 오래된 추억을 세심히 챙겨주는 친구인 유튜브 뮤직에서부터 흘러나온다. 처음에는 음악을 목적으로 시작된 플랫폼이 아니라는 이유로 마음속에서 혼자 거리를 두곤 했는데(내가 뭐라곻ㅎ) 최근에는 묵묵히 나의 일상을 책임지고 있다.
다른 플랫폼은 듣고픈 음악들을 목적을 갖고 듣거나 찾기 위해 사용하지만, 유튜브 뮤직은 나의 일상이고 내 일기장이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어제 하루의 지침이 기록되기도 하고, 포근한 일요일 아침에 하루를 시작하는 설렘을 찾게도 해주고, 무언가에 집중해야 할 때 나에게 익숙한 음악들을 들려주면서 흘러가는 구름처럼 내 곁에 있어주기도 한다.
특정 음악을 들을 때 그때의 시간과 공간으로 돌아가서 그때의 향기를 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 친구가 고마울 따름이다. 엄청 fancy 한 척 멋진 척하지 않아서 좋다. 어쩌면 약간 지니고 있는 투박함과 촌스러움이 오히려 그립기도 하니까.
나보다 더 나를 잘 아는 알고리즘으로 나의 취향을 먼저 제안하며 ‘이게 너야!’ 강요하지 않아서 좋다. 때로는 그냥 ‘너는 이랬던 친구였어’라고 알려주며 조용히 곁을 지켜주는 존재가 좀 더 편한 것 같아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듣고 싶은 모든 걸 음원으로 만들어 나에게 큰 버팀목이 되어 주기도 한다. 녹음실의 완벽한 세팅에 맞춰 녹음된 음원이 좋을 때도 있지만, 종종 연주자의 숨소리 발소리 그리고 몸짓까지 담긴 소리가 듣고 싶을 때가 많다. 때로는 숨소리가, 때로는 짧게 흐르는 정적이 나에게는 가장 큰 울림이 되어주기도 하니까.
아마도 앞으로도 내가 기록하지 못하는 나의 일기는 음악으로 기록되겠지. 그렇게 나는 여느 때처럼 아무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 일기를 이 친구에게만 보여주기 위해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