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타로카드 에세이
참으로 ‘상장’ 같은 카드다. 타로카드로 글을 써보겠다고 깝친 지가 벌써 몇 개월인가. 세계 카드는 그동안 음으로 양으로 정신적인 외유를 즐긴 나에게 ‘참 잘했어요’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 카드와 구도가 비슷했던 운명의 수레바퀴 카드는 거대한 세상의 흐름 앞에 어찌할 수 없이 영향을 받는 내가 있었다면, 세계 카드는 모든 것이 일단락되는, 일단의 완결과 마감, 완성을 나타낸다. 스티커 사진을 찍으러 가서 아무리 용을 써도 결국은 찰나 같은 순간에 내 모습이 박제되는 것처럼, 이 카드는 거두절미 어떤 대단원의 막에서 한 순간을 담아놓고, ‘자 이제 됐습니다’라고 말하는 피로한 사진작가의 고충이 느껴지기도 하는 카드다. 이제 남은 것은 부케나 뒤로 휙 던지고 신혼여행을 가면 될 것 같은, 에라 모르겠다 싶은 마음이 드는 카드이기도 하다. 그간 냉엄한 여사제, 미련하지만 고고했던 은둔자, 초조한 황제, 의기양양한 마법사 등 다양한 군상들을 마주했는데, 결국 그 끝이 이 보라색 휘장을 두른 벌거벗은 여인이라니. 사실 마이너 카드까지도 주절거려볼 생각이 있었는데, 이 카드를 마주하니 그럴 마음이 스멀스멀 사라진다. 쉬고 싶다. 놀고 싶다. 그런데 내가 언제 제대로 ‘일’을 하고 노력을 기울였던가? ‘유기농’이라는 지나치게 오만한 단어를 떠올려놓고, 정작 불량식품 같은 글을 생산한 나를 반성한다.
사실 알림 하나하나에 감동을 받는다
평균 8~9개 남짓의 좋아요 알림이 올 때마다 평화의 비둘기가 심장을 콕콕 쪼는 것 같은 짜릿한 행복을 느낀다. 몇 번은 누가 대체 이런 글에 좋아요를 누르나 싶어 프로필을 눌러본 적도 있다. 다들 대단하신 분들이다. ‘인생은 실전’이라는 것을 잘 알 것 같은 베테랑 크리에이터들이다. 나는 아직 멀었다. 멀었다기보다는 지금으로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경지다. 시간을 내어 읽어준 분들에게 너무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그분들이 생산해내는 글에 답례든, 호기심이든, 좋아요를 누르지 않고 읽어볼 마음의 여유조차 없는 너무도 배포가 작고 가난한 나에 대해 양해를 구하고 싶기도 하다. 이 카드는 지금 내 마음과도 같다. 뭐가 어찌 됐든 쫑이다. 끝이다. 곧 사라질지라도 후련한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