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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루비 May 11. 2024

어머니 공부 안 하세요?

선무당이 사람 잡아요

고등학교에 가면 중학교 때와는 다른 차원의 충격을 받게 된다. 

‘인서울이 이렇게 어려운 건가’하고 놀라고 학급 안에서 자신의 위치와 상황을 직시하게 된다. 허황했던 꿈이 깨어지는 순간이며 현실로 돌아오게 되는 순간이다.

내가 경험한 대부분의 학부모는 자녀의 수준을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이 성적에 대한 ‘기대’로 표현되기도 하고 ‘포기’로 드러나기도 했다. 적어도 현실적인 목표를 정하고 아이를 응원하고 지원하는 학부모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가끔, 아주 가끔은 30점인 아이에게 100점을 기대하며 아이들을 옥죄면서 닦달하는 부모를 만나게 되는데, 이건 뭐 답이 없다. 

내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그런 학부모는 일단 뭔가 쫓기는 듯 급하다. 그리고 자신만의 확신 같은 것이 있어서 그 확신에 조금이라도 반하는 얘기들은 귀담아들으려 하지 않는다. 빨리 자신이 원하는 답을 내어 놓으라는 것처럼 느껴진다.

마치 자신은 정답을 알고 있지만 아이가 따라주지 않아서 이지경에 이르렀다는 듯이 노력을 하지 않는다며 아이를 힐난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자신은 아이의 미래를 위해 이렇게 동분서주하고 있다며 답답하다고 하소연을 하기도 한다.

비뚤어진 모정이고 굴곡된 사랑이다.


인서울은 옛날부터 어려웠다. 아이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서 한 교실에 60명 이상이 공부하던 교실이 미어터질 때도 어려웠고, 아이들이 심각할 정도로 줄어든 지금도 어렵다.

그런데 얼마나 공부해야 인서울이 가능한지 모른다. 내 아이가 처한 상황도 모르고 내 아이에게 맞는 공부법, 맞는 전형도 모른다. 이를테면 꿈만 있고 실천이 없는 셈이다. 현실을 다 모르는 거다. 그래서 무작정 낙관하며 헛된 계획을 세우거나 과하게 걱정만 하면서 아이의 마음까지도 갉아먹는다. 


유치원에 다니던 시기에는 내 자식이 천재는 아닐까 매일이 설레고,

초등시기에는 내 아이가 우등생이라 철석같이 믿고,

중학교에 올라가서 그나마 학교 시험을 통해서야 현실을 조금이나마 인지하고

고등학교에 가서 전국단위 모의고사 성적표를 눈으로 보고서야 비로소 내 아이의 수준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모든 걸 학원에 맡겨놓고 속 편하게 걱정만 하고 있으면 무슨 일이 잘 풀리겠나. 부모가 아이의 실력을 제대로 알아야 맞는 전략을 세우고 도움을 줄 수 있다. 아이의 실력은 티끌만큼도 모른 채 학원 선생의 달콤한 말에 속아 무턱대고 대학 간판을 외치면 안 된다. 아이가 해낼 수 있는 범위를 알고 아이에게 바라야 한다.


부디 비양심적인 학원이나 전문가라고 자칭하는 ‘돼지 엄마’들의 달콤한 사탕발림에 아이들의 귀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길 바란다. 

눈을 크게 뜨고 아이의 학습 과정과 성실도를 점검하기 바란다.

학원에 일임한 채로 이상향만 꿈꾸지 말고 직접 공부하고 판단해야 한다. 아이와도 치열하게 대화해야 한다. 아이가 원하는 진로는 무엇이고 그 진로를 위한 학과와 요구 조건은 무엇인지, 내신과 수능은 어느 정도가 되어야 가능할지 전부 다 알아야 한다.

이것을 하찮게 생각하거나 돈을 들이면 다 알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학원의 비양심적 상술이나 주변 돼지 엄마들의 카더라 소문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것이다. 

누군가 대신해주길 바라지 않아야 한다.

내 아이를 나 대신 사랑해 주고 아껴주는 사람은 돼지 엄마들도, 학원 강사도 아니다. 

대체로 부모의 고민과 노력이 긴 시간 녹아들어야 성과가 나타나고 의미 있는 변화가 생긴다. 

쉬운 방법으로 얻을 수 있는 성과는 미약하다.


어떤 일은 기다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부모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해결해야 하는 일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걸 게을리하거나 방관하지 않는 게 부모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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