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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가영 Mar 19. 2024

아가가 준 사랑

2012년 11월 기록

밤 동안 라운딩을 돌면서 아가들이 잘 자는지, 수액은 잘 들어가고 있는지, 주사 부위는 괜찮은지 다 살펴본다.


아가와 엄마가 깰 까봐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 작은 불을 조용히 켜고는 아가 얼굴부터 살핀다.


열이 난다고 인계받은 아가는 더 자주 체온을 재어 봐야 한다. 체온을 재기 전에 내 손을 아가 이마에 먼저 대어 보고, 체온계도 손으로 비벼서 따뜻하게 하여 자고 있는 아가가 놀라지 않게 살며시 잰다.


새근새근 잘 자는 아가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그 얼굴이 발하는 빛이 참으로 따듯하여 아름답다고 느낀다.


오늘은 어느 아가가 엄마 팔을 양 팔로 감싸 안고 저 얼굴을 엄마 팔에 묻은 채 한쪽 발은 침대 난간에 올려두고 자는 모습을 보고 나도 언젠가 엄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자고 있는 엄마의 얼굴이 잠든 아가 얼굴과 똑 닮은 모습을 보고는 나도 언젠가 나를 똑 닮은 아가의 엄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마지막 라운딩을 갔다가 마주친 아가는 마침 혼자 깨어서, 자고 있는 엄마 옆에 앉아 내가 무얼 하나 말똥말똥 쳐다보았다. 엄마의 품이 안전하고 따뜻하다는 것을 아가 눈빛으로 알 수 있었다.


아가는 저 엄마가 저를 언제까지고 지켜주고, 사랑해 주고, 저 편이 되어 주리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만 같은 눈빛이었다.


오늘도 아가들이 나에게 사랑을 주고 사랑을 알려주었다. 퇴근길 살갗을 스치는 초겨울 바람은 차갑지만 아가들이 준 사랑으로 마음은 따뜻하다.


/ 간호사 김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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