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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엄마가 처음이라서!

항상 고맙고 많이 사랑한다~~!

by 바람꽃

나는 아들 둘, 딸 하나의 엄마로서 아이들이 셋인 직장인이다.

시부모님과 26년을 함께 살았으나 최근에 모두 돌아가시고 애들도 어느새 성인이 되어 모두 군대에 있다.

거의 반평생을 일곱 식구가 매일 북적거리던 아파트에 지금은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우리 부부만 덩그러니 남은 채 시부모님의 손때가 가득 묻은 구석구석의 흔적들과 아이들 방에 남겨진 소중한 추억들을 곱씹으며 이제는 우리 부부의 건강을 우선적으로 챙기는 아주 평범한 일상을 즐기고 있다.

사실 식구들이 많을 때는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나만의 편견에 빠져 오롯이 자신만의 스타일과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지인들의 사적인 공간이 무척 부러웠다.

또한, 우리 아이들 키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분주하고 버겁게 느껴져서 다른 아이들에게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조카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출산해서 조금 이른 나이에 '할머니'가 된 것도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조금은 거부감도 있었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이런 불편한 내 마음을 자연스럽게 치유해 준 곳이 있다.

직장 생활 30년이 다 되어갈 즈음,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유치원'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고만고만한 아이들을 그저 별 감정 없이 어린 학생 대하듯 지극히 평범하게 바라보는 정도였다. 평상시의 나는 눈물도 많고 호기심도 많아 내 나이의 친구들보다 '감성이 풍부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그런 감정과는 전혀 별개인 것 같았다.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보며 “아이고 예뻐라, 너무 사랑스럽다, 애들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등의 말을 할 때만 해도 사실 몇 달 동안은 별로 공감하지 못해 '내 마음이 바싹 메말랐나?' 생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손을 보태주기 위해 체험학습을 따라가면서 애들 손 잡고 눈을 자주 마주치다 보니 어느새 아이들을 바라보는 나의 감정도 점점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해맑은 얼굴로 나에게 시선을 주고 아는 채를 할 때면 아무리 굳은 얼굴도 무장해제되고 입가에 웃음을 짓게 한다.

요즘은 내가 먼저 아이들 이름을 부르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똘망똘망한 눈망울과 작은 몸짓들이 정말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지고 마음을 자동으로 열리게 하며 '찌릿찌릿' 애틋한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 아직도 조카 손주들이 '할머니~'라고 부르면 조금은 어색하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다.


아침에 유치원 풍경은 엄마와 떨어지지 않겠다고 우는 아이, 교실에 안 들어가겠다고 떼쓰는 아이들도 볼 수 있는데 이런 아이들을 할 수 없이 억지로 떠밀어 놓고 뒤돌아서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애들 키울 때의 모습을 되새기게 되었다.

첫째를 처음 어린이집에 보낼 때, 큰애도 나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현관 출입문 문고리를 잡고 버티며 엉엉 울던 모습에 무거운 발걸음을 차마 떼지 못하고 한쪽 구석에 숨어 같이 눈물을 머금으며 괜찮아졌는지 오래 지켜봤던 생각도 났고 둘째 역시 갑자기 낯선 곳에 남겨두고 나오려고 하니 아빠 다리를 붙잡고 한참을 실랑이질했던 기억도 떠올랐다.

특히, 유치원에서는 유아들이 싸우거나 말을 듣지 않으면 계속 알아듣게 타이르고 얘기 들어주고 하던데 '나는 막무가내로 윽박지르거나 벌을 주지 않고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고 다독여주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기억을 더듬을수록 많이 찔렸다.

처음 내 아이를 품에 안았을 때는 큰애가 '이 세상 전부!'였는데 아이 셋을 키우면서 사랑이 나뉘는 것 같고 아무래도 막내에게 더 신경을 쓰게 되면서 많이 미안하고 고마워하면서도 가끔 내 성질을 못 이기는 바람에 큰아이 등짝을 몇 번 스매싱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들은 기억하고 있을까? 엄마가 밉지는 않았을까?' 가끔씩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면 너무나 미안했고 '지금이라도 꼭 사과해야겠다!’ 싶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해 열심히 잘 해 준다고 했는데 어렸을 때의 아이들은 나를 어떻게 기억할지 궁금했다. 지금까지도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은, 내가 말주변이 별로 없어서 '애들과 대화도 자주 못 해 주고 책만 읽으라고 했지 실제로 읽어준 적이 별로 없었다'는 점이다. '나도 엄마가 처음이라서!', 직장에 치이고 집안일에 치여 바쁘다는 핑계로 물질적 지원만 잘 해주면 괜찮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최근에 막내딸과 ‘어린이집 다닐 때 어땠는지, 나쁜 기억은 없었는지, 그때 엄마는 괜찮았었는지’에 대해 얘기하게 되었다. 다행히 '안 좋은 기억은 없다'고 했다.

아들 둘도 시간 될 때 옆에 앉아서 '어렸을 때 엄마가 마음에 상처 주는 일을 한 적은 없었는지', 당연히 엄마 마음을 알 거라고 이해하고 그냥 넘어가기보다 차분히 물어보고 사과하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우리 아이들 덕분에 무척 행복하고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하며 부족함은 많지만 오래도록 좋은 엄마로 남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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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딸 첫째아들 둘째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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