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질환 의심
직장에서는 2년에 한번 씩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다.
하반기가 되어갈수록 건강검진을 받는 사람도 많아지고 기다리는 시간도 더 길어져서 이번에는 최대한 잔머리 굴려 그나마 사람들이 좀 적을 것 같은 시기를 고르고 골랐다.
가장 더운 8월이면 휴가시즌이라 사람들이 많이 여행 갔을 것이고 연휴 사이에 낀 샌드위치 금요일이 더욱 좋을 것 같아 나름 탁월한 선택이라 생각하고 여유롭게 갔다.
그런데 웬걸!
8시 반쯤에 병원에 도착했는데도 앞에 20여 명이 대기 중이었다. 병원도 시스템이 바뀌어서 진료를 위한 문진서 작성을 핸드폰으로 바로 해 버리니 다행히 기다리는 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었다.
이젠 중년의 나이인지라 혹시라도 나중에 건강상 문제가 있을 경우를 대비 해 일부러 큰 종합병원을 선택했는데 할 때마다 ‘그냥 집 근처에서 할 걸’ 하는 후회를 하게 된다.
솔직히 말하면 예전에는 건강검진 마지막 과정에서 위내시경 할 때 절대 잠들지 않으려고 열심히 눈 꿈뻑거리며 버티는 내 모습과 어느 순간 해롱해롱 뿅 가는 그 상황을 즐겼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중간에 내시경을 먼저 하고 바로 깨자마자 다른 검사를 받느라 그 순간을 되새겨 볼 새도 없이 바로바로 다음 순번을 타야해서 별로 감흥?이 없었다.
며칠이 지나고 건강검진 우편물이 집에 도착 해 있었다.
최근에 내 몸이 자주 아픈치레를 하지만 가끔씩 헬스, 골프, 걷기 등 나름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자가 건강 수치 계산법?으로다가 내 키에서 110을 빼면 몸무게도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어느 누구보다 평균을 유지하고 있어 적당히 건강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남편이 집에서 잠시 쉬는 동안 내 결과표를 먼저 꼼꼼히 살펴 보고 심각성을 느꼈나 보다.
정상 범위를 많이 벗어났는지 콜레스테롤에 관하여 이것저것 공부하고 수치를 비교 해 보고 계산 해 보더니 유튜브를 검색하고 어떻게 하면 다시 좋아지는지, 무엇을 먹어야 좋은지, 퇴근해서 집에 오자마자 피곤 해 하는 나를 옆에 앉혀놓고 장시간 설명을 들어야 할 정도로 수선스러웠다.
내용인즉슨, 혈액검사에서 총 콜레스테롤이 200미만이 정상인데 280으로 많이 초과되어 나왔고 저밀도 콜레스테롤이 130미만이 정상인데 184가 나와서 뇌졸중을 아주 많이 조심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그 말을 들으니 갑자기 뒷골이 더 땡기는 느낌...!
더군다나 헬리코박터 균도 발견되어서 병원에 다시 들러 의사선생님께 검사 결과를 물어보니
- 살을 빼란다! / 잉? 저 저체중인데요? 지금도 살 안 빠지려고 노력 중인디요.
- 운동을 빡세게 하란다. / 운동도 다른 사람들보다는 많이 하는 편인디요...
- 그럼 콜레스테롤 약을 처방 해 준단다. / 그거 먹으면 낫나요?
- 아뇨, 평생 먹어야 해요. / 그럼 우선 제가 잘 관리 해 볼께요...
(서로 당황스러워 하는 모습...)
오래 전에, 우리 직원 남편이 헬스장을 하고 있어서 평소에도 운동을 열심히 하고 본인도 건강에 있어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먹는 것도 좋은 것을 챙기고 몸 관리에 엄청 신경 쓰는 여직원이 있었는데 어느 날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가에 대해 잠깐 고민 한 적이 있었다.
물론 정답은 정해져 있지 않으므로 그냥 패스~
요즘 나도 계속 병원을 수시로 드나들고 있어서 건강에 있어 약간 조심하는 편이었다.
믹스커피는 하루에 식 후 3번을 먹는데 차마 끊지는 못 하고 컵에 물 한 방울 더 넣기, 커피 마실 때는 아까워도 한 모금씩 남기기, 물 자주 마시기, 과자 줄이기, 야채나 채소 안 가리고 먹기 등
그런데 최근에 자주 피곤함을 느끼고 여름을 나기 힘들다는 이유로 단 것을 열심히 챙겨 먹었고 주말마다 외식을 했던 터라 무엇이 원인이었는지 잘 모르겠어서 나 스스로도 많이 충격이었고 적잖이 당황되었다.
지금 나 역시도 여러 증상에 따라 이 약 저 약 계속 먹고 있는데 나이 드신 분들이 식사 후에 약을 한 봉지씩 챙겨 먹는 모습이 나의 미래 모습과 겹쳐지면서 앞으로도 건강이든 정신이든 챙겨야 할 것들이 계속 더 늘어나는 것 같아 많이 속상했다.
저녁식사를 미루고 남편과 당장 마트에 가서 ‘콜레스테롤을 낮춰 주는 효능이 있다’는 강황가루를 샀다. 밥 지을 때도 넣고 여러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지만 우선 우유에 섞어서 아침 저녁으로 조금씩 먹어보기로 했다. 그 외에도 콜레스테롤에 좋은 영향을 주는 간단한 스트레칭을 배우고 푼푼이 모아 두었던 비상금을 털어 남편 건강을 위해 외국에서 사 온 침향이라는 알약도 내가 먹기로 했다.
집에서 물 대용으로 수시로 먹을 수 있게 거실에 차도 준비 해 봤다. 이렇게 급작스런 생활패턴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
나이를 먹을 때마다 한번 씩 고비가 있다는데 나의 건강 상태를 빨리 알게 되어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잘 관리해야겠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행도 자주 다니고 이제 좀 살만하다 싶은 상황인데 하마터면 억울한 상황?까지 갈 뻔 했다.
다음 건강검진 때에는 좋은 결과가 나와서 지난 날을 돌이켜보며 이러이러한 것들이 효과가 있어서 참 좋았다는 글을 다시 올릴 수 있게 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