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이야기> 사람은 적응의 동물

님아 저녁엔 그 커피를 들지 마오

희한하다

9시만 되면

마취된것 처럼

미법에 걸린 것처럼

잠만 잘 자던 내가


어제 수면 부족에

오늘 아침 운동에

종일 학교에서 몰아치는 업무로

잠시도 쉬지 못했는데

잠에 들지 못하고 있다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오늘 오후 3시반에 마신 커피가

첫번째 용의자


간헐 단식을 시작한 후

특히 주중에는

늘 아침에 커피를 마셨다

맥드라이브에서 사온 라떼를

홀짝홀짝

오전 수업이 끝날때까지 클리어했다


반면 하루동안 물을 마시는 양이 급증했다

그래서 저녁 8시 쯤에는

내 몸에 카페인이 거의 남아있지 않을터였다


그런데 오늘

폭풍같은 업무를 마치고 고개를 드니

오후 3시반

4시가 되면

신데렐라처럼

모든 아름답고 맛있는 음식을 내려놓아야 하므로

종종걸음으로

학교 앞 카페로 가서 아이스라떼를 샀다


교실로 돌아와 퇴근까지 남은 30여분동안

몇일동안 손대지 못하고

책상위에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굵직자잘한 일들을 뒤적거리다

내일을 나에게 토스하고

컴퓨터 전원을 껐다


집에 돌아와

둘째와 함께

다이소에서 사온 반짝이는 은색 포장지로

빅세일마트에서 사온 과자들을

둘이서 사이좋게 포장했다

마지막으로 선물을 포장한게 언제였던가

새삼 포장지의 매끌거리는 감촉이 좋았다

과자 상자가 반듯하게 포장되어

거실 조명을 받아 반짝거리는 모습도 예뻤다

내일 이것들을 받을 학생들의 얼굴을 궁금해하며

강의준비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잠들기 전

레몬즙 한포를 넣어

물을 한잔 마셨다


이 아이가 두 번째 용의자


속이 따갑지는 않았는데

미세하게 산도를 높여서 못 자게 한걸까


내가 무슨 조선시대 왕도 아닌데

이런 사소한 변화에 잠도 못잘까 싶지만


생각해보면

지난 몇주 몸을 돌보기로 하면서

매일 거의 같은 일과를 보냈다

먹는 것도 자는 것도 다른 일들도

일정하게 보내려 했다


그래서 이제 내 몸에 주어지는 작은 변화에도

민감한 반응이 뒤따라 오는걸까


침대에서 뒤척이기를 한 시간

자는 둘째 아이를 남겨두고 거실로 나왔다


산도가 원인이라면 집에 있는 두유가 도움이 될까하여

자다 일어나 난데없이 두유를 마셔본다

그리고 브런치를 열어 현 상황을 남긴다


일찍 일어나고

운동하고 글쓰고 일하고 놀다

세상 모르고 자던

원래의 나로 돌려놓아 주세요


이제 오후에 커피 안마실게요 ㅠㅠ

저녁에 레몬수도 안마실게요 ㅠㅠ


약속한듯 매일 규칙적으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날 때가 행복했다는걸

빼앗긴 잠을 마주하고 보니 깨달아요


그런데 .. 알고보면

세 번째 용의자

호르몬 너냐?


마야 앱에서

불면이라는 두 글자를 스치듯 본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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