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을 비우니 마음도 비워졌다

안 입는 옷 5개 버리기

by 하루




매년 옷정리를 깔끔하게 하겠다던 내 계획은 미루고 밀려 다이어리에 한 줄 자리를 차지해 온 지 어언 몇 년. 더욱이 요즘의 내게 그게 가능할 리가 없었다. 그래서 나의 ‘실패 불가능’한 성취리스트는 아주 작게 '안 입는 옷 5개 버리기'로 정했다.




욕심은 금물,

우선 5개 버리기부터




방이 넓은 것도 아닌데 짐은 한가득이다.

입을 옷은 없는데 옷장은 빼곡하다.

공간은 좁은데 짐은 많으니 정리가 될 리가 없고,

정리를 하고 싶다면 방법은 '비우기' 뿐이다.



그 시작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옷장을 열고 의문이 드는 옷 5개를 꺼냈다. 5개라는 목표를 정해두니 시작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다. 어려우면 관리가 잘되지 않은 옷만 골라도 된다!


내가 버리기로 결심한 5가지 옷의 사연은 이렇다.



1. 흰색 옷

두어 번 입어서 아까운 마음에 보관한 미색 바지. 세탁 실패로 엉덩이 부분에 얼룩이 남아 결국 안녕을 고했다. (역시 흰 옷은 보관 전 완벽히 세탁 후 통풍이 잘 되는 부직포 커버에 넣어야 변색을 막을 수 있다.)


2. 유행 타는 옷

다리가 길어 보여 좋아했지만, 너무 예전에 유행했던 스타일이라 입을 엄두가 안 났다. 게다가 아랫단이 우리 집 고양이 콩이에게 긁혀 올이 풀려 있어 미련 없이 버리기로 결정.


3. 인조 가죽재킷

멋쟁이처럼 간절기에 재빨리 꺼내 입지 않으면 시기를 놓치며 몇 년을 넣어만 둔 탓에 소매가 이미 닳아 있었다. 부지런하지 못했던 나에 대한 반성과 함께 안녕.


4. 선물 받은 옷

내 취향이 아니라 손이 잘 가지 않았던 민트색 목도리. 필요한 사람에게 빨리 보내주지 못한 채 색이 바래 나눔도 어려워진 것을 보고 후회했다. 앞으로 맞지 않는 물건은 빨리 놓아주기로 다짐.


5. 충동구매한 가방

동생 하루와 산책할 때 쓰려고 샀던 힙색. 너무 작아 유용성이 떨어져 결국 들지 않게 되었고, 보관만 하는 사이에 패브릭이 닳아 미련 없이 버리기로 했다.



5개를 꺼내서 쓰레기봉투에 넣고 나니 예상 밖의 개운함이 몰려왔다. 겨우 5개인데, 뿌듯함은 덤이었다. 그리고 다음번엔 10개를 정리해 보자는 작은 욕심까지 생겨났다.




두 번째 시도,

세 번째 시도,

나를 아끼는 마음



이미 내 성취 리스트에는 줄이 그어졌지만, 기분 좋은 김에 며칠 뒤 다시 5개를 골랐다. 이번엔 작은 옷들을 마구 넣어둔 서랍을 열어 오래된 속옷 5개를 골라 봉투에 넣었다. 작은 크기라 비워진 공간이 티가 안 나는 게 아쉬웠지만, 오래된 속옷을 보니 '오래도 나를 아끼지 않았구나' 싶어 괜히 나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속옷은 6개월 단위로 교체를 권장한다는데, 나를 위한 속옷 한 벌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세 번째 시도에는 용기에 힘입어 10개 고르기에 도전했다. 이번에는 정말 몇 년간 꺼냈다가 결정 장애를 일으키는 옷들이 타깃이었다. 입지 않을 거라면 필요한 사람에게 보내는 게 남는 거라는 생각을 떠올렸다. 상태가 괜찮은 옷 10개를 골라 당근마켓에 구매 금액의 1/10 가격에 올려보기로 했다.


팁: 한꺼번에 정리해서 처분하는 옷이 많을 경우엔 굿윌스토어나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하고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당근마켓에 올린 옷이 판매가 되면 그 돈으로 아주 맛있는 커피를 마셔야겠다. 너무 좋잖아!





옷장을 비우니

마음도 비워졌다



3번 정도 버릴 것을 고르고 나니, 버릴 옷이 한눈에 잘 보이지 않았다. 이제는 좀 더 잘 꺼내 입을 수 있게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날, 곤도 마리에의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그녀가 말하는 핵심은 간단했다. 물건을 들었을 때 가슴이 설레는 옷만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


안 입는 옷들을 마구 쌓아두면 아끼는 옷조차 결국 관리가 안 되어서 버리게 될 뿐이다. 몇 개만 잘 정리하고 보관하는 게 옷을 더 다양하게 오래 입는 방법이다.


옷을 정리하고 옷장을 조금씩 비워나가다 보니, 정리 안 된 옷장이 꼭 내 머릿속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옷이 너무 많으면 되려 입을 옷을 고르기 어려운 것처럼,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가득하면 정작 뭘 우선해야 할지 잘 가늠이 되지 않는다. 옷장을 정리하려고 했는데, 머릿속도 한결 가벼워진 기분이다.


당연히 전문가처럼 한 번에 모두 꺼내어 정리하면 엄청난 쾌감이 몰려올 것이다. 하지만 나처럼 아직 그럴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일단 5개부터 정리해 보는 걸 추천한다. 5개씩 두 번이면 10개, 세 번이면 15개가 된다.


그렇게 몸도 마음도,

서서히 가벼워지면 되지 않을까.






나의 작은 성취 리스트 4/22


[ 매일 하는 것들 ]

1. 기상 직후 이부자리 정리하기

2. 물 한 잔, 약 먹기, 다시 눕지 않기

☐ 3. 자기 전 5분 폼롤러 마사지


[ 하루에 한 개씩 ]

☐ 4. 화장실 줄눈 곰팡이 청소하기

5. 안 입는 옷 5개 버리기

☐ 6. 옷장 청소하고 제습제 교체하기

☐ 7. 살 빼면 입고 싶은 옷 걸어두기

☐ 8. 콩이 건강검진 하기

☐ 9. 콩이랑 5분간 사냥놀이하고 사진 찍기

☐ 10. 콩이 새 숨숨집 만들어주기

☐ 11. 조카들 크리스마스 선물 고르기

☐ 12. 몸 일으켜 헬스장 가기

☐ 13. 한강 따라 30분간 자전거 타기

14. 5분 멍 때리기

☐ 15. 1시간 예능 보며 깔깔거리기

☐ 16. 조조영화 1편 보기

☐ 17. 맛있는 커피집에서 커피 마시기

☐ 18. 장태산에서 단풍 사진 찍기

☐ 19. 사피엔스 한 챕터 읽기

☐ 20. 30분 집중해서 글쓰기


[ 도전 과제 ]

☐ 21. 8시 이후 금식 3일 연속 성공하기

☐ 22. 1시 반 이전 취침 3일 연속 성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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