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자리 정리하기, 물 한 잔 마시기, 약 먹기
리스트를 만들며 가장 먼저 적고,
가장 먼저 해보자고 마음먹은 두 가지.
남들은 아침에 당연히 하는 것들이겠지만 내게는 가장 하기 싫고 어려운 일들이었다.
1. 기상 직후 이부자리 정리하기
2. 물 한 잔 마시기, 약 먹기, 다시 눕지 않기
눈을 떴지만 깨지 않은 척, 하루가 아직 시작되지 않은 척 이불속에 누워있고 싶었으니. 눈을 감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으면 다시 잠에 들기도 했고, 눈을 뜨고 천장만 바라본 채 해가 진 적도 있다. 오후 늦게 일어나면 금방 자정이 되었고, 새벽이 되어서야 나는 하루를 시작했다. 나의 부끄럽고도 후회스러운 날들을 기록하는 이유는, 지금 이 부끄러움이 다시 이불속으로 기어들어가려는 나를 낚아채 붙잡게 하기 위해서다.
첫날엔 이불을 미련 없이 개서 정리했다. 둘째 날엔 얇은 이불 하나는 깔아 둘까 잠시 고민했다. 어느 날은 이불속에 곤히 누워 있는 콩이를 핑계로 개지 말아야 하나 망설였다. 하지만 2초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일어나 이불을 정리했다. 이불을 개고 나니 다시 눕는 일은 자연스럽게 없었다. 이로써 나의 하루는 밝은 오전에 시작됐다.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난 후의 기분은, 겨우 이불 하나 갠 건데, 앞으로 뭔가 해낼 것 같은 기분으로 부엌으로 향해 자연스럽게 알약 한 알과 물 한 잔을 마셨다. 쉬운 일을 하루 중 가장 먼저 하고 나니 10초 만에 난 이미 뭔가 하나를 성취한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다음을 성취하는 건 더 쉬워졌다. 기온이 내려가거나, 콩이가 유혹하는 날엔 망설임이 없진 않았지만 말이다.
날이 더해질수록 이불을 갤 때는 창문을 열고 싶어 졌고, 이불이 아닌 책상에 앉게 되었고, 창가로 들어오는 빛을 보며 콩이와 창밖 구경을 하는 순간도 생겼다. 내가 빛을 보는 시간이 늘어나니 자연스레 콩이의 창밖 구경 시간도 늘어났다. 예상하지 못했던 큰 수확이다.
이거쯤이야 어렵지 않았다. 아침에 물 한 잔을 마셨더니 '내 몸의 감각이 깨어남을 느끼고 혈색이 변했냐?' 하면 그건 모르겠다. 하지만 예상 밖의 변화가 있었다.
아침에 물 대신 느지막이 일어나 커피부터 찾던 내게 위병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요즘 아침에 물 한 잔을 마신 후로 왜인지 커피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당연히 위병은 사라졌고, 배가 불러도 입에 뭔가 넣어야 할 것 같은 의무감도 사라졌다. 그저 '물 한 잔 마셔야지'에만 집중하다 보니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드디어 이상 식욕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그래서 살이 빠졌냐?' 하면, 놀랍게도 아주 서서히 체중이 내려갔다. 아직 미비한 변화이지만, 꿈쩍도 않던 내 몸무게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편안한 위를 되찾았다.
이제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괜히 기분이 좋다.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나 아침을 맞이하는 내가 기특하다. '하루에 하나씩' 하기로 했던 목록들도 하나씩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아침 루틴이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했으니 한 가지 일을 더 해봐도 될 것 같다.
나의 작은 성취 리스트 2/22
[ 매일 하는 것들 ]
☑ 1. 기상 직후 이부자리 정리하기
☑ 2. 물 한 잔, 약 먹기, 다시 눕지 않기
☐ 3. 자기 전 5분 폼롤러 마사지
[ 하루에 한 개씩 ]
☐ 4. 화장실 줄눈 곰팡이 청소하기
☐ 5. 안 입는 옷 5개 버리기
☐ 6. 옷장 청소하고 제습제 교체하기
☐ 7. 살 빼면 입고 싶은 옷 걸어두기
☐ 8. 콩이 건강검진 하기
☐ 9. 콩이랑 5분간 사냥놀이하고 사진 찍기
☐ 10. 콩이 새 숨숨집 만들어주기
☐ 11. 조카들 크리스마스 선물 고르기
☐ 12. 몸 일으켜 헬스장 가기
☐ 13. 한강 따라 30분간 자전거 타기
☐ 14. 5분 멍 때리기
☐ 15. 1시간 예능 보며 깔깔거리기
☐ 16. 조조영화 1편 보기
☐ 17. 맛있는 커피집에서 커피 마시기
☐ 18. 장태산에서 단풍 사진 찍기
☐ 19. 사피엔스 한 챕터 읽기
☐ 20. 30분 집중해서 글쓰기
[ 도전 과제 ]
☐ 21. 8시 이후 금식 3일 연속 성공하기
☐ 22. 1시 반 이전 취침 3일 연속 성공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