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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인 Apr 28. 2024

제멋대로인 딸을 둔 엄마에게

우울증 환자라고 하면 항상 우울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그 정반대다. 감정 기복이 매우 심하다. 기분이 한없이 바닥으로 꺼질 땐 약을 먹어야만 조절이 가능하다. 플라시보 효과인지 뭔지, 약을 먹으면 그나마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이전에도 밝힌 바 있지만 외모 강박이 있는 나는 항상 밖으로 나돌아 다니고 싶다. 사람들과 어울리며 술을 마시고 "나 이렇게 예쁘고 쾌활한 사람이야!"를 뽐내고 싶다. 그 끝은 결국 공허함뿐인데 말이다. 의사 선생님은 내가 얼굴 공사(성형)를 마친 후 자꾸 외모에 대한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하셨다. 나도 동감한다. 


며칠간 주구장창 미친 망아지마냥 밖에 나돌아 다니다가도, 어느 때는 또 한없이 우울감에 빠지는 딸을 보고 있는 엄마의 마음은 어떨까 생각해 봤다. 아마 엄마는 나를 이해 못할 것이다. 나도 나를 이해 못할 때가 많으니 말이다. 스스로도 내가 정말 우울증인가 싶을 때가 많다. 겉보기에 멀쩡해 보이는 딸이 우울증이라니. 그런데도 나아지려고 노력은 커녕, 밖에만 나돌아 다니는 딸을 곁에서 지켜보는 엄마의 마음은 미어터질 것이다. 죄송스러운 마음이 크면서도 이런 나를 주체할 수가 없다. 


나의 사랑하는 엄마. 엄마가 없었다면 나는 지금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내가 이 애증의 우울증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엄마다. 혼자 살다가 우울증에 걸려 본가로 도망쳐 온 후, 엄마 덕분에 내 삶을 영위할 수 있었다. 세상이 다 나를 욕하고 비난하는 것 같을 때, 세상에 버려진 것 같은 기분이었을 때 엄마만이 나를 일으켜 세웠다. 오늘 내 컨디션은 어떤지, 약은 제때 챙겨 먹었는지, 밥은 먹었는지 항상 궁금해 해주는 유일한 사람. 


어떤 때 보면 엄마는 엄마의 삶 없이 가족만을 위해 살아온 것 같다. 동생이 아플 때는 동생을 위해 살았고, 지금은 우리 가족 모두를 위해 힘쓰고 있다. 지금은 우울증에 걸려 제멋대로 인생을 살고 있는 나를 걱정하고 있을 우리 엄마. 엄마는 가족들을 위해 당신의 시간을 포기하며 살았다. 엄마가 없었으면 버티지 못했을 것 같은 나의 우울한 나날들.


'엄마'라는 단어는 늘 나를 쉽게 울린다. 엄마만큼 아무런 보상도 바라지 않고 무한한 사랑을 줄 수 있는 인물은 없을 거다. 내가 어렸을 땐 든든한 기둥이 되어 주었고, 성장기 땐 친구가 되어 주었으며, 지금은 다시 기꺼이 나의 우산이 되어 주려 하는 엄마.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엄마가 포기해 온 시간들에 보답할 수 있을까. 조급해 해봤자 나아지지 않는 병이라는 걸 알지만, 엄마를 위해 하루 빨리 낫고 싶다. 엄마가 나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줄어 들고 있다. 엄마가 더 이상 당신의 시간을 나에게 무조건으로 할애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미친 망아지 같은 딸이더라도 기꺼이 내 편이 되어 준 사랑하는 나의 엄마. 내가 이해되지 않더라도 최대한 이해해보려고 노력해왔던 나의 엄마. 이젠 내가 엄마의 영원한 버팀목이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더 이상 우울에 잠식 당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나를 보고 있는 엄마를 위하여, 또 내 찬란한 인생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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