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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인 May 07. 2024

알중자의 삼일천하

지난 날의 나를 반성하고 다시 한번 금주 프로젝트에 돌입하며

**올리는 글

오랜만에 노트북을 펼쳤습니다. 약 일주일 간 방황을 좀 했습니다. 이제 다시 마음을 다잡아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나는 최근, 난생 처음으로 금주 선언을 했었다. 그것도 '평생'을 걸고. 정말 솔직히 밝힌다. 그 약속은 3일도 채 지켜지지 못했다. 파블로프의 개마냥 술만 보이면 자동으로 입에 넣으려고 하는 나의 습성을 잊고 있던 것이다. 내가 마침 먹고 싶은 날엔 더욱이 참지 못했다. 한 가지 대단했던 점은 금주 선언 후 몇 번은 친구가 옆에서 술을 마셔도 꾹 참았다는 점이다. 그날들은 희한하게도 술이 그닥 당기지 않았다. 그래도 결국 3일은 넘기지 못했지만.


심지어 불과 어제는 그저께 먹은 술의 여파로 앓아 누워 있었다. 그저께 술자리를 두 탕이나 뛰었기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이와의 술자리는 늘 즐겁다. 친한 지인과의 술자리는 원래 즐겁다. 그렇기에 자제력 없이 미친듯이 들이부었던 것이다. 그렇게 술을 처마시고 집에 돌아와서는 이상한 고질병이 도졌다. 나는 뇌절 수준으로 술을 마셨을 때마다 "살고 싶지 않다"는 말을 자주 입에 올린다. 그래서는 안 되는데 방어기제로 사용하는 것 같기도 하다. 술 좀 그만 마시라고 잔소리 하는 엄마 앞에서, 친구 앞에서 "살고 싶지 않다"며 엉엉 울어대면 누가 측은하게라도 여겨주는 줄 아나 보다. 다음날 눈 뜨자마자 바로 후회하며 이불킥을 백 번 정도 했다.


어제 나는 전날 먹은 것부터 위액, 쓸개즙까지 전부 쏟아냈다. 누워 있는데도 세상은 핑핑 돌았고, 아득해지는 정신 속에서 뇌는 "차라리 죽여 달라"고 아우성 쳤다. 일어나지도 못하겠는데 위에서 자꾸 뭔가를 꾸역꾸역 역류해내는 바람에 가까스로 화장실에 기어가야만 했다.


전날의 나를 저주하며 스스로에게 카톡을 보냈다. 정말 미칠 것 같은데 누구에게도 소리칠 수 없으니 카톡으로라도 지껄여댄 것이다.


▲ 카카오톡 '나와의 채팅'


가까이 사는 착한 친구 녀석이 숙취에 좋다는 약을 모조리 사다줘서 먹고 푹 잔 후 일어나니 그나마 살아났었다. 그 친구에게 살려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아니었으면 나는 오늘도 '차라리 죽여줘'를 되뇌이며 지독한 숙취 속에 죽어갔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숙취로 하루를 통으로 날리고 나니 정신이 번뜩 들었다. 아!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 (일주일에 열다섯 번 정도 다짐하는 말이지만) 그리고 만천하에 또 한 가지 선언을 했다. "일주일 금주 프로젝트에 돌입하겠다."


이번에 금주 기간을 일주일로 정한 이유는 내가 작심삼일 인간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3일 금주를 선언하기엔 너무 짧고, 일주일 정도여야 어느 정도 도전할 맛이 나겠다고 판단했다. 작심삼일이라도 몇 번 모이면 목표한 바 근처라도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어디에선가 들은 말이다.


ESTP 특성인진 몰라도, 나는 무수한 실패를 겪고도 이상한 자신감이 있다. '나는 일주일 금주를 당연히 성공해낼 것이고 알중자의 삶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 근거가 없더라도 괜찮다. 이번을 계기로 근거를 만들면 되니까. 누군가 그랬다. 성공한 경험들이 쌓이면 어떠한 실패도 극복해낼 힘이 생긴다고. 나는 그 힘을 기르는 중이다. 이직 준비도 그렇고 금주 프로젝트도 그렇다.


사실 이제는 정말로 술 사마실 돈도 없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술값으로 돈을 모두 탕진하고 또 다시 거지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술을 얻어 먹기는 싫다. 진짜 거지는 내가 거지라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아 한다. 거지도 자존심은 있다. 내가 그렇다.


친구들에게 일주일 금주 프로젝트에 돌입했다고 밝히니 절반은 비웃었고, 절반은 응원한다고 했다. 사실 이들 중 대부분은 내가 꾸준히 술을 안 먹고 있는 줄 알고 있었다. 아니면 애시당초 나의 금주 선언을 안 믿고 관심조차 안 가지고 있었을 수도 있다. 아무렴 어떤가. 나는 이미 또 한번의 금주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이미 한 번의 실패를 경험했으니, 내가 어떻게 해야 술을 마시지 않을 수 있을지 조금은 알게 됐다고 할 수 있다.


다시 한번 나는 개가 되지 않기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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