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9
물렁해지자
물렁 물렁 물렁물렁
물렁한 것은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물렁한 피부로 감싸 안는다
그리고 좋은 것은 흡수한다
나쁜 것은 다시 뱉는다
하나의 상처도남지 않는다
애초에 물렁한 것은 잘 깨지지 않으며
원래모습으로 잘 돌아간다
물렁 물렁 말캉말캉 감촉은
누구나 좋아한다
한번 손대면계속 주무르고 싶다
물렁 물렁 물렁물렁
물렁 쪽 쪽
말랑말랑
귤을 먹다가 떠올린 시입니다. 사람들은 옳고 그름, 선과 악을 분리하여 악은 자신에게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억눌린 부정적 자아는 타인에게 투사되어 나타나고 그 타인을 미워하게 됩니다. 어떤 말이나 현상을 볼 때 화가 난다는 것은 억눌려진 자아가 건드려졌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씩 억눌린 자아를 인정해 주고 해소해 줌으로써 결국에는 선과 악, 나와 타인 등 분리해 왔던 것들이 모두 허상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자신을 돌아봤을 때 물렁한 귤 같나요? 딱딱한 수박 같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