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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같이 가면 멀리 간다.

독서모임 6년 차에 얻은 것들

by 윤영

독서모임에 관한 글을 꽤 오랫동안 쓰지 않았다. '더 새롭게 쓸 것이 있나' 하는 생각에 손가락이 쉬이 움직이지 않았고 모임에 대한 열정이 조금씩 사그라들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쉬지 않고 한 달에 두 번씩 진행했던 것이 독서모임이다.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기에는 고집도 취향도 확고한 편인데 가끔은 귀찮고, 힘들다 말하면서도 계속하고 있는 것을 보면 '내가 이 모임을 꽤나 좋아하고 있구나'라는 것을 인정해야겠다. 결혼을 하고 두 번째 사업을 시작하면서 정신없이 바쁠 때, 모순적이게도 내가 힘을 얻은 것은 독서모임이었다.


어느 한 사람의 말이 길어지거나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 때, 이를 조율하고 중간에 말을 자르는 것에는 상당한 품이 든다. 나 역시 누군가 중간에 말을 끊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에 더 그렇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견디기 어려웠던 것은 "모임에 참석하고 싶은데 참석 인원을 좀 늘려주실 수는 없나요?"라는 질문에 "죄송해요."라고 답하는 것이었다.


혼자 모임을 운영하는 경우 두 시간 동안 참석 인원 모두가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으려면 다섯 명이 적당하다. 진행자가 말을 아낄 수 있다면 여기서 한 명 정도 늘리는 것도 괜찮다. 사람은 자기가 어느 정도 이야기를 했을 때 만족감을 느끼기 때문에 각자의 이야기가 필수적인 독서 모임에서 참여 인원이 많으면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독서 모임은 책이 주 요소가 되는 만큼, 책에 따라서 인기도가 달라진다. '부의 추월차선 (엠제이 드마코)', '싯다르타(헤르만 헤세)', '모순(양귀자)' 세 책은 신청 인원이 10명 이상이었다. 더 이상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던 나는 올해 처음으로 다른 분들께 모임의 진행을 부탁드렸고, 위의 세 책을 할 때는 두 팀으로 나눠서 모임을 진행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생각보다 괜찮았다. 모든 것에 내가 관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물론 처음 진행하시는 분들의 생각은 달랐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독서모임을 6년간 운영해 온 나도 매번 긴장하고 실수하는데 처음으로 진행하시는 분들은 오죽했을까? 그래도 중요한 것은 10명 이상 되는 인원으로도 독서모임을 하는 것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모임을 운영하면서 내게는 하나의 철학이 생겼다. 그것은 바로 독서 모임의 본질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내가 이 모임을 운영하고 있는 이유. 시작할 때는 몰랐지만 시간을 거치며 조금씩 알게 되었다. 독서를 통해, 독서 후의 대화를 통해서 내가 나를 알아가게 된 것처럼 운영하는 '별마당 사람들'에 오시는 분들도 그런 순간을 마주하기를 바란다. 내가 누구인지를 마주하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를, 내가 나를 알아야 더 큰 가능성의 세계가 열린다는 것을. 헤르만 헤세가 '데미안'에서 말하듯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껍질의 정체는 그것이 뭔지를 알아차려야만 깰 수 있다. 나는 고귀한 보석 같은 우리 모두가 그 껍질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그 과정은 길고 흥미진진할 것이다. 또한 많은 이들의 마음과 에너지가 쓰일 것이다.


글을 쓰며 다시 생각해 보니 독서모임의 주인공은 책이 아닌 사람이었다. 6년간 모임을 할 수 있었던 이유. 그것은 이 모임을 우연히 찾아온, 그러나 그냥 지나치지 않고 머물러준 사람들 덕분이었다. 곁에서 믿어주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뜻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자주 떠올린다.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같이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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