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니 내 이름이 왜 뚱자가 되었는지를 말 안 했네? 하.. 이거 또 말하자면 긴데 약속했으니까 해볼게. 오빠가 날 데리러 왔던 때는 2015년 늦여름이었어. 그때 강아지를 키우던 여자친구가 있었나 봐. 오빠는 계속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했지만 결정을 내리지 못하다가 그 당시 여자친구의 영향을 받아서 날 키우게 되었대. 그런데 그 여자친구의 강아지 이름이 뚱이었대나. 그래서 마치 돌림자처럼 뚱자라고 지은 거야. 인간들은 연애할 때 아주 영원할 것 마냥 성급해지는 것 같아. 뚱이가 용이었으면 난 용자가 되었을 거야. 휴..
뚱이는 나처럼 갈색 푸들이었지만, 사실 오빠는 회색이나 검은색 푸들을 원했대. 그러다 내가 졸졸 따라다니니 오빠는 회색이고 검정이고 뭐고, 그냥 마음을 바꾼 거야. 견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말 있지? 인생도 마찬가지인가 봐. 오빠는 내 이름을 짓고 아주 마음에 들어 했지만 엄마는 계속 "뚱자가 뭐냐.."라면서 싫어했지. 그 당시에는 '초코', '라테' 같은 이름들이 흔했거든. 나는 워낙 귀엽게 생겨서 지나가면 사람들이 꼭 이름을 물어보곤 했는데, 오빠가 "뚱자요"라고 대답하면 "엥? 왜요? 뚱뚱하지도 않은데"라는 물음이 되돌아왔지. 정말이지 나는 뚱뚱하지도 않은데 말이야. 하지만 오빠는 강아지 이름을 촌스럽게, 그리고 사람 이름처럼 지어야 오래 산다는 말을 믿었대.
생일에 대해 얘기해 볼까? 내가 태어난 날은 정확하지 않아. 수의사 선생님이 7월 3일로 정해줬지만, 아무래도 난 4월에 태어난 것 같아. 겁이 많고 예민해도 마음은 따뜻하지. 나를 건드리지만 않으면 나는 절대로 먼저 물지 않거든.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어떤 인간이 말했다는데 나는 잔인함과는 거리가 먼 강아지야. 4월은 따뜻한 달이고, 인간들이 태어난 달을 닮은 것처럼 강아지도 안 그러리란 법 없잖아.
다시 이름으로 돌아가 볼게
내 이름이 뚱자라는 것을 알기 시작한 건 이름이 지어진 뒤 24시간도 안 되어서였어. 오빠가 계속해서 내 이름을 불렀거든. "뚱자야 일루 와~" 하고.
오빠가 나를 부르는 소리는 너무나 부드러워서 마치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 음악 같았어. 나는 오빠만 바라보고 오빠만 기다리고, 오빠가 내 이름을 불러 줄 때 나는 한 마리의 꽃.. 이 아니라 강아지가 되었지. 하지만 내가 아무 거나 집어 먹으려고 하거나 흥분을 할 때면 아주 단호하게 일정한 톤으로 불렀어. "뚱-자-!"
예민하고 똑똑한 나 같은 강아지들은 이름을 부르는 톤만 달라져도 주인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 알아차리지. 그리고 난 오빠가 나를 항상 부드럽게 불러줬으면 좋겠어. 나는 오빠 바라기거든.
처음엔 내 이름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어. 하지만 지금은 그 어떤 이름보다도 좋아. 뚱자라는 이름은 흔하지 않고, 무엇보다도 나를 생각하는 오빠의 마음이 담겨 있으니까. 세상에는 이름이 없는 강아지들도 있다고 해. 그 친구들을 생각하면 또 겁이 나고 심장이 빠르게 뛰어. 오빠를 만나지 않았다면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었을까? 나는 행복할 때 웃는 법을 잘 몰라. 그렇지만 이름이 있어서 나는 정말 행복해.